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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사교육5

학교는 말이 없다 (2023.6.30)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맞춤형 학습을 제공합니다" "재능을 찾아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 가꿈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존중의 마음으로 타인과 어우러지는 균형 잡힌 인재로의 성장을 도모합니다" 어느 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팸플릿 내용이다. 더 바랄 게 없다. 어떻게 이걸 실현하는지 보고 싶고, 이 나라는 지금 교육 천국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제는 대입전형, 수능시험이다. 수능 때문에 저 '공약'도 허사(虛辭)가 된다.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면 부정할 사람이 별로 없겠지? 사정은 곧 바뀐다. 초등 '의대 준비반' 소문은 그렇다 치고 중고등은 말할 것도 없다. 학교마다 그 어떤 이상적 활동을 구상해도 학생들은 오.. 2023. 7. 2.
뭘 보고 교사·학교를 믿나?(2020.2.4)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렇게 썼다. "학생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건 옛날부터 내려온 영장류의 의식적인 성교형태라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그래도 선생님들이 체벌을 계속할지 의심스럽다." 그렇거나 말거나 교육부에서는 최소한의 체벌을 허용하면서 관련 규정 정교화에 힘쓴 시절이 있었다. 체벌은 결코 교육수단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강력해지자 결국 일체 금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의 매'를 강조하는 사람도 많았고, '대체벌(운동벌, 학습벌 등)'이라는 생경한 대안도 나왔고, "학습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교육권도 보장하라!" "학교와 교실이 무너진다!"는 아우성과 호소도 있었다. 요즘은 간혹 교사가 학생에게 맞았다는 소리는 들려도 교사가 학생을 때렸다는 얘기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또 학생 간 폭력을.. 2020. 2. 4.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 김이섭 옮김, 민음사 2009 신장판 47쇄 Ⅰ 어느 월간지에서 "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 소설이 성장 소설1이었던가?'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조급한 마음이 일긴 하지만 문장이나 흐름의 편안함도 느꼈습니다. '성장 소설'이라는 말을 "특별히 넓은 뜻으로" 혹은 "느슨하게 썼다"고 하거나, "대충 썼다"고 한다면 몰라도 아무래도 잘못된 해석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남들이 그렇게 하면 대충 받아들이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그쪽으로는 내가 영향력 있는 인물이지만 나는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할 사람도 수두룩하겠지만……. Ⅱ "마울브론 신학교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하여 .. 2015. 4. 21.
"그 나라엔 과외가 없어요" 비가 자주도 내립니다. 포리스트힐이라는 마을의 계단을,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손자를 앞세우고 할아버지가 뒤따라 올라가며 묻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려 학원 앞까지 우산을 가지고 갔겠지요. "그 나라에서도 이렇게 늦게까지 공부했니?" "아니오. 그곳엔 과외가 없어요." 손자가 대답했습니다. 그 뒤의 대화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 손자가 '과외가 없는 나라'에 가 살다가 '과외가 있는 나라' '과외를 하지 않으면 거의 견딜 수 없는 나라'로 돌아온 모양입니다. '과외(課外)'가 왜 없겠습니까? 과외란 정규 수업 이외의 학습활동이라면, 글쎄요, 전 세계적으로 과외가 없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있다고 해도 그런 나라는 차라리 너무나 형편 없는 나라여서 살기가 그리 좋지 않은 나라일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2010. 8. 25.
우리는 정말 이렇게 교육해야 할까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50 우리는 정말 이렇게 교육해야 할까요? - 온통 학부모 책임이라는 듯한 신문기사들을 보며 - 신문을 펼치면 교육 관련 기사나 자료부터 찾는 것은 습관입니다. '이 내용을 보면서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짐작해보기도 합니다. 가령, 「창의력 으뜸 비결? 토론으로 궁금증 해결해」라는 제목이라면, 교사와 학부모 중 어느 쪽이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까? 그럼, 「3학년 2학기 내신 잘 받아야 유리」라는 제목에는 누가 더 큰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아마도 전자에는 교사가 더 큰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창의력을 길러야하는 것에 공감하는 학부모라면 '우리 아이는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당장 걱정스러워할 것 같고, 후자에는 당연히 학부모가 더 큰 관심을 가지는 ..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