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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부처3

세이쇼나곤(淸少納言) 「승려가 되는 길」 애지중지하며 키운 아이를 승려로 보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승려는 마치 나뭇조각인 양 세상 사람들이 하찮게 여길뿐더러, 공양 음식같이 맛없는 것만 먹어야 하고, 앉아서 조는 것도 비난을 받는다. 젊을 때는 이런저런 호기심도 있을 텐데 마치 여자라면 진저리라도 난다는 듯이 잠시도 곁눈질해서는 안 된다. 잠깐 보고 마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도 없을 텐데 그것조차 못하게 한다. 수도승한테는 더욱 심하게 군다. 계속된 수행에 잠시 꾸벅꾸벅 졸기라도 하면 "독경은 안 하고 졸기만 해"라며 금방 투덜거린다. 승려가 된 사람은 한시도 마음 편할 새가 없으니 얼마나 괴로울까? 하지만 이것도 옛말인 것 같다. 요즘은 너무 편해 보인다. 일본 헤이안 시대 이치조(一條) 천황의 중궁 데이시의 여방 세이쇼나곤이 지은.. 2023. 12. 12.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홍성광 옮김, 현대문학 2013 브라만의 아들 싯다르타는 친구 고빈다와 함께 가출해서 체험으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득도(得道)는 지난한 것이어서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비로소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위성 기원정사에서 부처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건 잠시였고, 아름다운 창녀 카말라를 만나 제2의 삶을 살게 되고 거상 카마스와미를 만나 부를 향유하기도 했지만,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뱃사공 바주데바를 스승으로 삼고 강의 흐름으로부터 시간의 초월을 배운다. 싯다르타가 카말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싯다르타'와 헤어진 것은 '인간 싯다르타'의 가장 큰 아픔이었다. 그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은 이 '소설'이 전기와 다름을 잘 보여주었다. 싯다르타는 그 늙은이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천천히 .. 2023. 8. 11.
시로 쓴 부처님의 생애 : 마명보살 《불소행찬》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 역 시로 쓴 부처님의 생애 《佛所行讚》 정왜 우리말 역, 도서출판 도반 19 - 13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업의 원인과 결과는 부지런히 되풀이하여 세상의 업을 짓나니 이 세간 자세히 관찰하여 보면 오직 업만이 착한 벗이 됩니다. 여러 친척들이나 또 더불이 그 몸을 깊이 사랑하고 서로 그리워해도 목숨을 마치고 정신이 홀로 갈 적에는 오직 업만이 착실한 벗이 되어 따릅니다. 22 - 10 부처님께서는 업의 과보를 잘 아시어 물음을 따라서 모두 말씀하여 주시고 앞서서 바이살리로 가시어 암마라 숲속에 머무셨다. 저 암마라라는 여인은 부처님께서 그 동산에 이르시자 받들기 위하여 시녀 무리들을 거느리고 조용히 나와 받들어 맞이하였다. 22 - 11 모든 깊은 애정의 근원을 거두어 잡고.. 2023.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