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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부고3

내가 죽었다는 통보(부고) '내가 죽었다는 통보', 이걸 생각해봤습니다. 이 순간의 실제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언제 실제 상황이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듣기 싫다" 하고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없지 않겠지요. 그런 분은 흔히 그렇게 말합니다. 그렇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George Bernard Shaw)는 묘비명을 쓰게 한 작가가 있었지 않습니까? 사실은 이 정도는 준비도 아니지요. 그냥 생각을 해보는 거지요. 일전에 지인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소천(召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소천? 알고 보니 개신교에서 쓰는 말이었습니다. 하기야 하늘은 날.. 2020. 8. 31.
전화번호 정리 1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전화기에는 수백 명의 전화번호가 들어 있고 그 번호들은 '리얼타임'으로 쓰이고 있는 것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단한 사람들 얘기이긴 하지만 대단하지 않은가 싶었다. 내 전화기에는 몇 명의 전화번호가 들어 있을까? 많지 않다. 대부분 지금 쓰이고 있는 번호도 아니다. 정리해버려야 한다. 내가 덜컥 죽게 되면 적어도 이 사람들에게는 나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게 무슨 꼴이겠는가! 2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죽은 사람이 문자 메시지로 내게 부고를 보내는 것이다. "내가 죽었으니 내일까지(모레 아침에는 장지로 떠나니까) ○○ 병원 장례식장 ○ 호실로 찾아오라!" 유족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혹은 편리하고 유용한 방법을 이용한 것이지만,.. 2018. 12. 2.
이바라기 노리코 「이웃나라 말의 숲」 지난번에 「광화문의 독서상」(2012.10.18)에서 이야기한, 그 아름다운 처녀가 읽고 있는 책을 들여다봤더니 윤동주 시인의 「서시」였습니다. 그때 일본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가 이 시를 이야기한 것이 생각나서 얼른 책을 찾아봤습니다. 다행히 읽은 때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현대문학』 2012년 5월호, 320~323쪽). ☞ 「광화문의 독서상」https://blueletter01.tistory.com/7638114 이웃나라 말의 숲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のり子 숲의 깊이 가면 갈수록 뻗은 가지 엇갈려 교차하며 저 깊숙이 외국어의 숲은 울창하기만 하다 한낮 여전히 어두운 샛길 혼자 터벅터벅 栗(구리)은 밤 風(가제)은 바람 오바케(お化け)는 도깨비 蛇(헤비) 뱀 秘密(히미츠) 비밀 茸(기노코).. 2012.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