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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버리기2

타임캡슐 지난해 12월 21일 창밖으로 솜뭉치처럼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가 또 그 생각이 났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목화의 열매 다래... 먼 곳 절 앞 목화밭에서 그 열매 세 개를 받았습니다. 그걸 책상 설합 안에 넣어두었는데 이태가 지난 어느 날 설합 깊숙이 들어 있는 물건을 찾다가 그걸 발견했습니다. 어! 웬 솜? 이런! 아직 파랗던 그 다래가 팝콘처럼 익고 폭발해서 하얀 솜뭉치 하나씩을 달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둠과 지루함을 이기고 타임캡슐로 변신해서 나타난 그걸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다음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책상은 이후로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대체로 부피가 큰 물건보다 작은 것들이 타임캡슐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버리기는 좀 그렇고 그렇.. 2023. 4. 19.
책 버리기 책 버리기는 '사건'입니다. 잊혀도 상처는 남습니다. 함께하기가 어려워 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손수레로 세 차례 실어냈습니다. "어허! 죽을 때 가지고 가시지 왜 자꾸 버리세요?" 재활용품을 정리하던 경비원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누가 듣고 있지 않을까 싶어 얼른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저 꼴에 책을 읽는단 말이지?' 단 한 사람이라도 보게 되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 뻔합니다. 지난주에 내다버릴 땐 아뭇소리 않고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 순간 나도 덩달아 외쳤습니다. "벅차서요! 남아 있는 것도 다 가져가지 못하겠는걸요!" 정말 그걸 다 갖고 가라면 그 먼길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강을 건널 땐 또 어떻게 하겠습니까? 죽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경비원은 큰 소리로 웃기만 했습니다. "어~ .. 2019.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