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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미련3

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욕망이 놓아주지 않아서 왕관을 벗어 버리고 이곳에 숨어 수도자 생활을 하려던 열망을 지녔던 비극의 황제 니키포로스 포카스가 건설했다는 유명한 대수도원 라브라스를 어서 보고 싶어서 우리들은 날이 밝자마자 길을 떠났다. 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욕망이 놓아주지 않아서 황제는 속세를 떠날 날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다시 미루면서 기다렸다. 그러다가 결국 가장 신임했던 친구가 칼을 들고 찾아와서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럴 수가 있나...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 》(나의 벗 시인─아토스 산)에 나온 이야기다. 니키포로스 포카스 황제가 아직 젊었던가? 그랬다면, 좀 더 살아보고 나중에 결정해도 좋았을 일을... 그렇게 미련을 둘 일도 아니었건만... 혹 모르는 일이긴 하지. 다 늙어빠져서도 성.. 2024. 7. 24.
미련 미 련 이렇게 앉아 있다가 문득, 정리된 게 아무것도 없고 정작 무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조차 없는 삶이었지만, 지금 떠나야 한다면 기꺼이 그 사자(使者)를 따라나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생각나는 건, 내 것으로 되어 있는 물건들은 얼마 되지 않으니까 누군가.. 2017. 12. 13.
남이섬에서 2012.4.20(금). 사무실에서 '체육의 날' 행사를 하자며 남이섬에 갔었습니다. ♬ 남이섬은 우리 동네에서 가깝습니다. 새로 생긴 경춘선 전철을 타면 금방 갈 수 있습니다. 사무실 과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일 아침에 전철로 가서 기다릴 테니까 그곳에서 만나요" 그가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어느 역에 가면 만날 수 있습니까?" "강촌역입니다." 남이섬이라면 전철로는 경춘선 가평역에서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무심코 그렇게 대답했고, 이튿날 가평역에 내려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전화가 와서 어디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여기, 역 광장에 서 있는데 제가 작아서 잘 안 보이지요?" "그 참 이상하네요. 우리도 지금 강촌역 광장에 있는데…… 아무리 작으셔도 그렇지……" 보일 리가 있습니.. 2012.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