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동시모임3 문성란(산문) 「어느 무명 시인에게 배운 것」 시처럼 읽혔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 같은데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의도하지 않았을 듯한 기승전결(起承轉結)이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떠난 이가 있고 보낸 이가 있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영영 떠난 이도 보낸 이와 지켜본 이들도 다 행복한 사람들이었다(부러웠다). 지켜본 이 중에는 이 글을 쓴 시인이 있다(늦었겠지, 시인이 아니어도 시인처럼 살아보려고는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어느 무명 시인에게 배운 것 / 문성란 버스를 기다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래된 습관이다. 티끌 하나 없이 맑은 하늘이 보일 때도 있고, 구름송이를 띄운 하늘이 보일 때도 있고, 더러는 울음을 머금은 것처럼 어둡게 내려앉을 하늘일 때도 있으나 오늘은 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시린 하늘이다. 가지에 꽃눈을 움켜쥐.. 2023. 10. 31. 미래동시모임 《나 나왔다》 미래동시모임 《나 나왔다》 계간문예 2023 이런 세상에 동인이라니... 아니, 이런 세상이어서 더 행복하겠다. 서금복·조영수·김순영·문성란·박순영·조은희·정나래·류병숙·전지영 노란 자동차 / 조은희 도로 주행 연습하는 노란 차 뒤를 트럭 버스 자동차가 갑니다 오리 떼처럼 졸졸 따라 갑니다 외길 따라 서두름도 속도도 늦추며 따라 갑니다 노란 자동차 걸음마를 따라 갑니다 이 동시를 읽으며 솔직히 양심에 찔렸다. 이젠 정말 그러지 말아야지 했다. 동요 작곡 하는 누가 이 동시에 곡을 붙이면 우리의 자동차 운전 문화가 청량음료를 마실 때처럼 기분 좋게 발전하지 않을까 싶었다. '과수원길' 노래를 들으면 과수원 주인은 아카시아 등 여러 가지 꽃무리 속에서만 살아가지 싶었던 것처럼. 이런 동시 40편이 실렸다. .. 2023. 10. 24. 우정임 「지구를 꺼 볼까」 지구를 꺼 볼까 우정임 지구를 잠시 꺼 두고 싶어. 맨 먼저 골치 아픈 학교 드르릉 코를 골게 달달 볶던 학원도 잠에 빠지게 밤늦게 불빛 새어나오는 회사빌딩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도 달콤한 꿈을 꿀 수 있게. 우린 그랬지 '피곤해' 말 못하고 쉬고 싶어도, 놀고 싶어도 말 못했지. 공부하기 싫고 머리 복잡할 때 지구를 잠시 꺼두고 싶다. 미래동시모임동인지 《지구를 꺼 볼까》(2020)에서. .......................................................................................... 우정임 1955년 태어남. 2009년 《오늘의 동시문학》 등단. 동시부문 신인상 수상. 2012년 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 받아 2013년 동시집 「.. 2020. 9.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