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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무더위7

"겨울 추위가 가득한 밤" 거기도 비가 내립니까? 가을이 여름의 뒤를 자꾸 밀어내는 듯합니다. 18일이니까 열흘쯤 전이었고 엄청 더웠습니다. 습도가 높아서 보일러를 잠깐만 가동했는데 이번에는 습도도 높고 후끈거려서 '체감습도'가 더욱더 높아졌으므로 비가 내리거나 말거나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습니다. ​ 별 할 일도 없고 해서 걸핏하면 스마트폰에서 날씨나 확인합니다. 내가 날씨를 자주 확인한다고 해서 무슨 수가 나는 건 아니고 그렇게 확인하나마나 날씨는 정해진대로 '업데이트' 되어 갑니다. 그러므로 스마트폰에서 날씨를 확인하는 건 나에게는 전혀 쓸데가 없는 짓인데도 나는 가능한 한 자주 확인하며 지냅니다. ​ 그날 오후 4시쯤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을 때는 기온 30도, 체감 온도 32도 표시 아래 이렇게 안내되고 있었습니다. ​ 겨울 .. 2022. 8. 29.
이제 겨울이 오겠지요 오늘이 유월 보름이고, 그제가 대서(大暑)였네요? 열두 번째 절기. 딱 중간. 더위가 극에 달한다는 날. 오늘도 36도였잖아요. 어떤 덴 37도였지요? 일간 내려가겠지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주제에 괜히... 전철역 앞에서 나누어주는 홍보용 부채를 들고 "덥구나" "참 덥구나" 하다가 '안 되겠는데?' 하고 69,900원짜리 선풍기를 하나 샀는데 저녁때 내다본 저쪽 하늘 구름이 가을구름 같아서 '좀 기다려 볼 걸 괜히...' 싶었습니다. 어느 날 서리 오고 찬 바람 불면 '올해 더위도 대단했는데...' 잠깐 생각하다가 그땐 또 그 겨울에 마음을 빼앗기겠지요. 늘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세월이 갔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모든 게 끝나게 되고 아, 그렇다면 늘 그런 건 아니겠네요. 2021. 7. 24.
이쯤에서 그만 입추(立秋)? S그룹 사보에서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방법-다산 정약용의〈소서팔사(消暑八事)〉'를 읽었다. 1. 송단호시(松壇弧矢)·소나무 언덕에서 활쏘기 2. 괴음추천(槐陰鞦遷)·느티나무에서 그네 타기 3. 허각투호(虛閣投壺)·빈 집에서 투호 놀이 4. 청점혁기(淸簟奕棋)·돗자리에서 바둑 두기 5. 서지상하(西池賞荷)·서쪽 연못의 연꽃 구경 6.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 7. 우일사운(雨日射韻)·비 오는 날 시 짓기 8. 월야탁족(月夜濯足)·달밤에 발 담그기 이 형편에서 내가 적용해 볼 만한 걸 찾다가 올여름의 성격을 생각했다. 기상청은 더위가 길고 극심할 것으로 예고했다. 그 예고를 두어 차례 들었고 그때마다 열대야가 한 달 이상 지속된 재작년 여름을 떠올리며 두려워했다. 코로나 19로 .. 2020. 8. 5.
돌연 가을? 돌연 가을? 8월 15일, 한 달 가까이 계속된 열대야에 시달리며 "이 무더위는 아직 언제까지일지 모른다"는 이야기에 기가 막혔는데 웬걸, 이튿날부터는 기온이 사정없이 내려가서 만나는 사람마다 즐거움이 담긴 표정, 시원한 느낌이 스민 음성으로 "살 만하다!" 했고, 이번엔 무슨 거창한 .. 2018. 8. 26.
이 무더위가 지나면 이 무더위가 지나면 이 여름의 더위를 다행히 "죽겠다, 죽겠다" 하지 않고, 책을 읽느라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 목에 거무튀튀하게 땀띠가 나고 또 나고 하는데도 그런 말 하지 않고,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칠십여 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이제 이 더위.. 2018. 8. 2.
"이제 겨울이죠 뭐!" "이제 겨울이죠, 뭐!" 그 개인택시 기사는 느직하게 나가고 일찌감치 들어옵니다. 택시를 취미 삼아 하는 사람 같고, 걸음걸이도 한 걸음 한 걸음 의식적으로 내딛는 것 같습니다. 그는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피차 할 일도 없이 지내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초저녁에 샤워장이나 탈의실에서.. 2017. 8. 23.
그렇게 더워요? 남양주시청에서 발간하는 『쾌한도시』 8월호 표지 뒷면입니다. 전철을 타고 오며 펼쳤습니다. 철썩 철썩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빠, 엄마와 함께 쌓던 모래성, 혹시라도 파도에 쓸려 내려갈까 조심조심 토닥이며 한 단, 한 단 모래를 쌓으면 아슬아슬한 나만의 성이 맞이해 준다. 이 글과 그림을 보며 아무것도 없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나의 여름방학들을 생각했습니다. '모래성'은 무슨…… '아빠, 엄마'는 무슨…… 나는 방학만 되면, 방학숙제를 했다 하면, 커다란 수박과 넓고푸른 바다를 그렸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저 위의 저런 그림과 글들이 주는 막연한 '기대'를 생각하고 그리워했습니다. 내게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겠지 이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일어나겠지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방학과 여.. 2013.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