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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명퇴4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일기 (2023.3.29) 2024년 3월 4일 월요일 긴장 속 하루였다. 날씨가 좀 쌀쌀했는데 몸도 마음도 분주해서 그런 줄도 몰랐다. 마스크를 쓴 아이가 세 명이었다. 얼굴을 보고 싶어서 점심식사 때 잠깐씩 살펴보았다. 정겨운 아이들,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 지난해엔 ‘추락한 교권’ 이야기가 참 많았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을까, 곤혹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별일 없을 것을 확신하고 싶다. 아이들 다툼은 충분히 이해시키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학부모와의 소통에서도 그것을 유념하면 그들도 나를 믿을 것이다. 로버트 풀검(「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은 사람의 머릿속에 든 것은 다 다르다면서 “당신은 왜 내가 보는 방식으로 보지 않나요?” 묻기보다는 “그렇게.. 2024. 3. 29.
명퇴한다는 K가 저...인가요? 선생님, 혹시 명퇴한다는 K가 저...인가요? (아름다운 교육자..라는 구절이 있는 걸로 봐서는 제가 아니고, 선생님 주변의 또 다른 교사이신 듯하고.) 일단 저도 선생님께 명퇴 운운했으니, 제게 던지시는 일갈로 여기고 읽어보았지요. (교단 세월은 꽤 되지만, 세상일에 멍청이라는 표현은 저를 정확하게 꿰뚫으시는 말씀이라, 또 저인 것도 같고.) 마지막 구절에, 저 아이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는 말씀에 도달해서는... 이유 모를 눈물이 왈칵 솟고 마는 저의 주책. 아이들과 교단이 저의 그리움의 대상이었던가요? 미련한 제가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들과 함께하고 있는 이 일상 속에서 정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음을 인지하지조차 못하고 있는 건가요?(세상 그런 똥멍청이가 다 있나요?) 제가 이들을.. 2021. 11. 30.
명퇴를 하겠다는 K 선생님께 (2021.11. 26) ‘명퇴 사유 예시’가 교육 단상 블로그의 단골 유입 키워드의 자리를 차지하더니 마침내 K 선생님으로부터 명퇴 얘기를 듣게 되었고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더니… 교육 말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아름다운 교육자인 건 분명하지만 세상일에는 더러 멍청한 면을 보여주는 K 선생님이 명퇴를 해서 무얼 하시겠다는 걸까요? 물어나 봅시다. 놀겠다는 대답이 쉽겠지요? 무얼 하면서요? 골프? 사십여 년을! 그 오랜 세월 누구와 함께? 혹 해외여행인가요? 사십여 년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동남아로 마구 돌아다닐 작정입니까? 골프 치러 나다니고 패키지 해외여행 두루두루 다닌다는 선배 얘기에 혹했습니까? 교사시절보다 더 바쁘고 신난다는 그 말을 믿고 있습니까? 사십여 년 그렇게 하겠다는 삶이 부럽.. 2021. 11. 26.
신명 날 리 없는 교사들 (2019.2.15) 겨울만 되면 교문 위에 달리는 현수막은, 보나마나 똑같은 "불조심 강조 기간"인 시절이 있었다. 그것까지 교장이 정할 이유도 없고 언필칭 창의성을 길러주는 곳이 학교니까 멀쩡한 아이들 두고 교장이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통보하고, 지시·명령하고, 살펴보고, 관리·감독하는 곳이 상급관청이고 관내 행정기관이었다. 인용이 괜히 낯간지럽다. "화재 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철을 대비하여 방화환경 조성을 통한 시민의 화재예방 및 안전문화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협조 요청하오니 안전하고 내실 있는 방화환경 조성 확산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공문이 일찌감치 온다. 거기에는 "당년 11.1~익년 3.31 / 불조심 강조의 달(혹은 '화재! 당신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다!') / ○○기관”을 3행으로 .. 2019.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