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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류병숙3

류병숙(동시) 「사는 게 신나서」 사는 게 신나서 류 병 숙 아저씨네 벌통의 벌들이 〈꽃가루 뭉치자, 꽃가루 뭉치자〉 이런 표어 내걸자 거미가 소문 듣고 그물코 그물코마다 〈헛발 디뎌라, 헛발 디뎌라〉 그걸 본 노린재도 아무도 못 들어오게 〈노린내 풍기자, 노린내 풍기자〉 이런 표어 내걸었대 사는 게 신나서. 《아동문학평론》2023년 가을호에 실린 이 동시를 나는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2023.9.22)에서 봤다. 어떤 동시 전문가가 제목과 내용이 무슨 모스 부호처럼 동떨어져 있다고 했는데 나는 사는 게 신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생각하면서 내 나름의 댓글을 달았었다. 아~ 류병숙 시인 최고!!! 이런 시를 다 보여주다니요! 아~ 이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북한 같은 나라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 2023. 12. 10.
류병숙 「물의 주머니」 물의 주머니 류병숙 개울물은 주머니를 가졌다. 물주름으로 만든 물결 주머니 안에는 달랑, 음표만 넣어 오늘도 여행간다. 가면서 얄랑얄랑 새어나오는 노래 물고기들에게 들꽃들에게 나누어주며 간다 얄랑얄랑 간다. -------------------------------------- *제72회 洛江詩祭 시선집 설목의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에서 이 동시를 봤습니다. '물결 주머니'를 가진 시인, 그 시인의 마음이 보고 싶었습니다. 시인에게나 그 누구에게나 시름이야 왜 없겠습니까만 이 시를 읽는 동안은 괜찮아집니다. 읽은 글 굳이 다시 읽지 않는데 '물의 주머니'는 여전히 즐거워서 '얘기가 어떻게 이어졌지?' 다시 찾아 읽게 됩니다. 들꽃도 저버린 늦가을, 그래도 그 개울물 보러 가고 싶어집니다. 시인에게 이런 .. 2022. 10. 30.
류병숙 《모퉁이가 펴 주었다》 《모퉁이가 펴 주었다》 류병숙 동시 │ 신문희 그림 청색종이 2021 항구 우리 집 현관은 밤마다 조그만 항구 발 실어 나르는 배 신발들이 잠을 자지요. 통통배 보트 고기잡이 배 아침이면 건너야 할 넓은 바다를 두고.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아이들이 하나 또 하나 결혼해서 떠나갈 땐 허전했습니다. 아내 몰래 신발장 앞에서도 먹먹해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오늘의 동시문학" 카페에서 이 시를 읽는 동안 또 그 허전함이 새삼스럽게 다가와서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아이들이 나갔다가 들어오는 밤에는 기적 같은 걸 느꼈습니다. 이 넓은 세상으로 그렇게 나갔다가 어김없이 들어오곤 했거든요. 지금은 그 항구가 허전합니다. 출항도 뜸하고 따라서 귀항도 뜸합니다 허전한 항구......... .. 2021.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