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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러셀2

대실망- '미리 목을 졸라 숨을 끊어 주는 은혜'도 없는 세상 버트런드 러셀은 '인류에 해를 끼친 관념들'이라는 글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인간의 불행은 아마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인간과 무관한 환경이 가하는 불행이고, 둘째는 다른 인간들이 가하는 불행이다. 환경이 가져다주는 불행? 바로 '천재지변' '쓰나미' '화산'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고, 인간들이 인간들에게 가하는 불행에 대해서는 '그래, 맞아! 불합리하거나 이기적인 인간 때문에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했는데, 글을 읽어가면서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가!' 싶었고, 드디어 '세상의 한 단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갈 뻔했구나!' 할 정도였는데, 그것은 한 마디로 세상에 대한 '대실망(大失望)', 혹은 새로 생긴 좀 익살스러운 용어로는 세상에 대한 '급 실망(急失望.. 2015. 3. 19.
「저 빨간 곶」 저 빨간 곶 문인수 친정 곳 통영 유자도에 에구구 홀로 산다. 나는 이제 그만 떠나야 하고 엄마는 오늘도 무릎 짚고 무릎 짚어 허리 버티는 독보다. 그렇게 끝끝내 삽짝까지 걸어 나온, 오랜 삽짝이다. 거기 못 박히려는 듯 한 번 곧게 몸 일으켰다, 곧 다시 꼬부라져 어서 가라고 가라고 배 뜰 시간 다 됐다고 손 흔들고 손 흔든다. 조그만 만灣이 여러 구비, 새삼 여러 구비 깊이 파고들어 또 돌아본 즉 곶串에, 저 옛집에 걸린 바다가 지금 더 많이 부푼다. 뜰엔 해당화가 참 예뻤다. 어서 가라고 가라고 내 눈에서 번지는 저녁노을, 빨간 슬레이트 지붕이 섬을 다 물들인다. ―――――――――――――――――――――――――――――― 문인수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등단. 시집 『뿔』 『홰치.. 2013.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