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3 저 신비로운 봄 빛깔 이 사진으로는 우스운 수준이지만, 나는 오른쪽 뒤편 저 나무의 갈색이 참 좋다.봄마다 이 아파트 주변의 나무와 풀들은 눈부셔서 '이걸 어떻게 하나' 싶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 느낌을 무시하고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저 나무를 고를 것이다. 나무 아래 길을 내려가면서 '저 갈색이 조금만 더 짙어진 날 사진 한 장 찍어놔야지' 하면, 이내 하얀 꽃이 피면서 갈색은 옅어져 사라지게 된다. 그 갈색은 일주일? 그 정도여서 해마다 아쉽다.갈색 잎이 다 어디로 가나? 그건 아니다. 흰 꽃이 지고 나면 어느새 자랐는지 잎은 커져 있고 갈색은 더 짙어진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어린잎의 잔잔한 그 갈색이 그리울 뿐이다. 지난해까지 십여 년을 바라보면서 나는 저 나무를 내 정원에 심어볼까 싶었다.. 2025. 4. 12. 김윤식 「동백이라는 꽃」 동백이라는 꽃 김윤식 이렇게 멀리 내려왔으니 사랑 한번 하자고 하는 것 같아 붉은 비애悲哀의 노래 한 곡 부르자는 것 같아 노을 아래 잔 내려놓고 반들거리는 잎 벗어 몸 차갑게 하고 나서 꽃처럼 툭 눈 감고 남해南海 청동靑銅 시퍼런 바다에 떨어져 죽자는 것 같아 ──────────────── 김윤식 1947년 인천 출생. 1987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고래를 기다리며』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저문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길에서 잠들다』 『청어의 저녁』 등. 『현대문학』 2012년 3월호(172~173쪽)에 실려 있습니다. "아름답다"고 하고 싶은데 적절한 말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다시 한 번 한 줄 한 줄 읽어내려 가 보면, 역시 그런 단어 하나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어집니.. 2012. 11. 27. 손가락 마디처럼 떨어진 동백꽃송이 지내다보면 주변에 이런저런 물건이 쌓이게 됩니다. 연구보고서나 단행본, 월간지 같은 자료가 대부분이지만 필통이나 필기구, 책갈피, 명함 통, 신문기사 스크랩 등 잡다한 물건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물건들을 잘 모으는 편이었습니다. 심지어 우편물이나 그 우편물의 봉투까지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모아온 책을 ‘왕창’ 버리는 경험을 한 뒤로는 사소한(책에 비하면) 물건들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는 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만큼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고, ‘아하, 그게 바로 물욕이었구나’ 싶기도 해서 스스로 제법 어른스러워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들이 들으면 어쭙잖다고 하겠지만 이러면서 생에 대한 아집과 집착을 버리고 어느 날 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승을 떠날 수 있게 되는구.. 2008. 2.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