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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데즈먼드 모리스3

수컷 기질 암컷 기질(데즈먼드 모리스 흉내내기) 1 저기쯤 아직 조금밖에 삭지 않은1 남녀 한 쌍이 보입니다. 암컷은 수컷의 팔짱을 끼었고 둘은 보조를 맞추어 걸어오고 있습니다. 암컷은 계속 뭔가를 이야기하고 수컷은 분명 가장(假裝)한 과묵으로 듣기만 합니다. 나를 보고도 비켜 걸을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고, 그 상황을 조금도 바꾸고 싶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2 그것들이 마침내 두어 걸음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컷은 줄곧 내 눈길을 살폈습니다. 내가 제 암컷을 훔쳐보지나 않는지, 제 암컷이 예쁘고 몸매도 죽여준다는 걸 확인하지나 않는지 감시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 눈길은 결코 순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란히 걷는 상황에서 그 수컷이 제 암컷의 눈길까지 살필 수는 없으므로 마주보는 내 눈길을 확인하는 것만이 가능한 방어가 될 것이었습니다.. 2018. 10. 13.
데즈먼드 모리스 《바디워칭 BODY WATCHING》 데즈먼드 모리스《바디워칭 BODY WATCHING》 이규범 옮김, 범양사출판부 1997 1 극심한 피로, 쏟아지는 졸음을 가장(!)하며 남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을 보셨겠지요. 일요일 오후, 교외에서 들어오는 전철 안에서는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직접 연출도 해 보셨습니까? ^^ 오히려 불편하진 않습니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데즈먼드 모리스가 떠오릅니다. 동물학을 하다가 문화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꾼 학자라고 했지 싶은데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인간들'이 연출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우리 인간들의 저런 모습이 동물들의 그런 모습과 유사한 것일까?' 싶고, 그런 동물들이 우리 '인간들'을 보면 또다른 어떤 동물의 행태를 떠올리며 고소를 금치 못하기도 할까 싶어집니다. '.. 2017. 6. 6.
악에 바친 노인들 열차 안의 저 좌석을 '경로석'이라고 부르면 섭섭해할 노인이 많을 것입니다. 정작 그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노인만도 아닌데 명목으로는 '경로석'이라고 하며 생색을 내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십시오. 분명히 '장애인·노약자·임산부·영유아 동반자 의 좌석'이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일까요? 연전(年前)에는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을 심사하듯 훑어보고 "아직 새파랗게 젊은 놈이 왜 이 자리에 앉았느냐?"고 따지는 제법 호기로운 노인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 노인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노인들도 슬슬 서로 눈치나 보며 앉아 있고, 새파랗게 젊은 놈은커녕 새파란 새댁이 떡 하니 앉아 있어도 그걸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노인들도 이제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봤자 그 자리에 앉을 수 .. 2012.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