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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더위4

답설재의 여름에게 미안하네. 그렇게 쉽게 떠날 줄은 몰랐네. '이 마당에 더위까지...' 그렇게 중얼거린 건, 나이만 먹었지 철이 덜 들었기 때문이네. '팔월 한 달, 구월 초까지는 더 고생할 수도 있겠지?' 그 생각도 미안하네. 그래도 그렇지, 입추 이튿날 당장 떠나는 손을 내미는가. 펼쳐 놓은 건 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 2021. 8. 8.
이제 겨울이 오겠지요 오늘이 유월 보름이고, 그제가 대서(大暑)였네요? 열두 번째 절기. 딱 중간. 더위가 극에 달한다는 날. 오늘도 36도였잖아요. 어떤 덴 37도였지요? 일간 내려가겠지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주제에 괜히... 전철역 앞에서 나누어주는 홍보용 부채를 들고 "덥구나" "참 덥구나" 하다가 '안 되겠는데?' 하고 69,900원짜리 선풍기를 하나 샀는데 저녁때 내다본 저쪽 하늘 구름이 가을구름 같아서 '좀 기다려 볼 걸 괜히...' 싶었습니다. 어느 날 서리 오고 찬 바람 불면 '올해 더위도 대단했는데...' 잠깐 생각하다가 그땐 또 그 겨울에 마음을 빼앗기겠지요. 늘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세월이 갔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모든 게 끝나게 되고 아, 그렇다면 늘 그런 건 아니겠네요. 2021. 7. 24.
이 무더위가 지나면 이 무더위가 지나면 이 여름의 더위를 다행히 "죽겠다, 죽겠다" 하지 않고, 책을 읽느라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 목에 거무튀튀하게 땀띠가 나고 또 나고 하는데도 그런 말 하지 않고,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칠십여 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이제 이 더위.. 2018. 8. 2.
물리학자의 立秋 Ⅰ 저 신록의 계절, 저때만 해도 괜찮았다. 괜찮았다기보다는 의욕에 차 있었다. 올해도 손자손녀를 보러 열 몇 시간 걸리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각오가 무색하게 여름이 오자마자 미국행을 포기해서 손자손녀 일행이 다녀가게 하더니, 수소폭탄 원리를 연구해서 생활 에너지로 쓰게 되면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고 이상기후 같은 것도 해결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그리 수월하지 않은 연구라는 둥 어떻다는 둥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까지 했다. Ⅱ 마침내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고 열대야가 계속되던 지난 주말에는 이런 여름이라면 지쳐서 견디기가 어렵다고 했다. 더구나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신은 마지막에 이르면 모르핀이나 놓아달라고 하지 결코 다른 치료는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 2016.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