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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늙는다는 것2

늙은이 시계는 정말 더 빨리 가나? Ⅰ 50대에는 시속 50km, 60대에는 60km, 70대엔 70km로 간다고들 합니다. 세월 말입니다. "별 쓸데없는……" 하고 일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걸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야, 이 사람아! 자넨 아직 멀었잖아." 그 말을 얼마 전에 들은 것 같은데 내게 그 말을 한 분은 벌써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는 아직 새치도 몇 개 없었을 때였습니다. 낮잠을 자면서 비몽사몽으로 '내가 지금 마흔아홉이지?' 하다가 쉰아홉, 또 십 년이 가서 예순아홉인 걸 알고 소스라쳐 놀라던 일도 이미 옛일이 되었습니다. 이러지 말고, 이쯤에서 나이를, 세월을 붙잡아야 한다고 느끼던 때가 있었는데, 그건 오십대, 좀 미루다가 육십대 때의 느낌이었고, 그만 포기하고 그 끈을 놓아버렸더니 일 .. 2015. 5. 14.
이 얼굴 Ⅷ (행복한 순간의 배우 윤여정) 배우 윤여정이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은 소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능청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렇디고 내숭스럽다고 해도 그렇고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고급스럽고 참했습니다. "늙는다는 건 굉장히 불쾌한 일이에요. '아름답게 늙는다'는 건 개수작이라고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하고 똑같아. 안 되는 일이거든요." "배우가 마흔, 쉰 넘어갈 때 제일 힘들어요. 주연에서 조연으로 내려가니까 비참하고 힘들어요. 그걸 잘 견뎌내면 철학자가 되고 '난 주인공이야' 하고 버티면 딴따라가 되는 거예요. 인생도 페이드 아웃(fade out) 하잖아요. 이 나이에 '(전)도연이보다 잘할 수 있는데' 하면 흉하잖아. 노욕(老慾)이잖아." "85년에 (미국에서) 돌아와 보니 제가 떠날 때 노바디(nobody)였던 후.. 2010.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