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농담4

"사람들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아요." "무슨! 사람들이 왜 얘기를 안 해?" "아니에요.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자동차며 옷들이며 수영장 얘기밖엔 안 해요. 그런 것들이 뭐는 얼마나 멋있냐는 둥 그런 얘기뿐이죠. 누구든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아요.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카페에서도 모여 앉았다 하면 그저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깔깔거리기 일쑤죠. 똑같은 우스갯소리들만 하고 하고 또 해요. 음악회라고 가 보면 현란한 조명들이 온 사방을 어지럽게 누비더군요. 보기엔 멋있고 즐겁지만 그것뿐이죠. 공허하고 추상적일 뿐. 박물관은 또, 가 본 적이 있으세요? 거기도 전부 다 추상적인 물건들뿐이에요. 지금 있는 것들은 다 그래요. (......)" 소설 《화씨 451》(레이 브래드버리)에서 소녀 클라리세 매클린이 방화수 .. 2023. 12. 8.
"그 멍청한 아이스크림 트럭만 오지 않았다면..." 제이슨은 95세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할머니를 위로해 드리려고 90세 된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할머니 댁에 도착한 그는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할머니는 섹스를 하던 중에 할아버지가 죽었다고 설명했다. 깜짝 놀란 제이슨은 할머니에게 두 분이 그 연세에도 섹스를 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상당히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임을 넌지시 내비쳤다. 할머니는 노인들도 교회 종소리에 맞춰서 성관계를 하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몇 년 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리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딩' 소리가 울릴 때 들어가고 '동' 소리가 울릴 때 나온다면 매우 편안하면서도 안전하다고. 할머니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멍청한 아이스크림 트럭만 오지 않았다면, 할아버지는 지금도.. 2021. 4. 13.
"내 기도가 응답받았다!" 70세의 미망인인 밀드레드는 너무 외로워서 집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동반자 삼아 앵무새를 키우기로 했다. 동네 애완동물 가게에서 아름다운 앵무새를 발견했는데, 그 새는 계속 "내 이름은 텔마고 나는 매춘부야."라고 외쳐댔다. 애완동물 가게 주인은 새를 집에 데려가서 말을 걸어주면 이런 행동을 멈출 거라고 장담했다. 그래서 밀드레드는 앵무새를 사 갔지만, 새는 집에 와서도 계속 "내 이름은 텔마고 나는 매춘부야."라고 지껄였다. 앵무새가 계속 이런 말만 하는 것에 당황한 밀드레드는 목사에게 가서 조언을 구했다. 목사는 밀드레드를 동정하면서 앵무새를 교회에 데려오라고 했다. 자기도 앵무새를 키우는데, 그 새는 매일 새장 안의 횃대에 앉아서 기도만 한다는 것이었다. 목사는 밀드레드에게 그녀 앵무새를 자기가 키.. 2021. 2. 4.
돌아가는 길에 만난 아내 1 평생 강의를 하며 지내지 않았겠습니까? 선생이었으니까요. 교육부 근무도 오래 했으니까 그동안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만 해도 거짓말 보태지 않고 수백 번은 했습니다. 그 이력으로 학위도 없으면서 어느 SKY 대학 박사과정 강의도 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퇴임한지도 오래되어 강의할 데가 없어졌는데 그 '후유증'(?)으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된 것인지 아침저녁으로 아내를 '앉혀놓고'(? 앉으라고 해서 앉은 건 아니지만)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 이 표현이 적절할지……. 어쨌든 이젠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이야기를 할 대상이 그 한 명 외에는 전혀 없게 된 것입니다. 2 말하자면 나에게 남은 마지막 청중은 딱 그 한 명뿐인데, 내 강의에 이렇게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2016.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