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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노인취급3

"나도 한때는 새것이었네" 모처럼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을 굶고 가서 채혈을 했고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걷고 뛰어야 하니까 빵과 커피로 아침을 때울까 싶어서 그걸 샀지만 내키지 않아서 차에 갖다 두고 네 가지 검사를 더 받았습니다. 모처럼이었으므로 그동안 변한 것도 있어서 질문을 해야 할 것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친절합니다. 그렇다고 "참 친절하시네요" 하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노인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지?' 친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뭘 물으면 간단히 대답하면 될 걸 가지고 아예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걸 보면 '노인이라고 이러는구나' 싶지만 끈기 있게 듣습니다. 그렇게 어린애에게 설명하듯 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하거나 "나는 이 병원 십삼 년째 드나듭니다"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021. 7. 4.
노인취급 Ⅱ-『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낮에는 점심을 먹고 이곳에서 교보문고 사거리까지 다녀옵니다. 괜히 걷는 거죠. 병원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행색을 좀 살펴보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물론 그들이 저를 보고 '강남에 갑자기 뭐 저런 인간이 다 왔나' 그러는 경우가 흔하겠지만-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싶어서 아예 교보문고에 들어갔다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요즘은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깜빡깜빡하기가 일쑤여서 잘 읽지도 않지만 인터넷으로 사면 대부분 10% 할인인데, 그걸 정가대로 주고 한 권씩 사서 들고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갈 때는 '책 사러 간다'가 되고, 올 때는 '책 사가지고 온다'가 되는 명분을 마련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에릭 카펠릭스라는 사람이 만든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 2010. 6. 11.
노인취급 Ⅰ 노인취급 Ⅰ 저녁에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데 한 여학생이 불쑥 다가섰습니다. 나중에 28세라고 한 그 학생은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앙케트 답 좀 해주실래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가정과 4학년이라고 했습니다. 보안등 아래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짐작한대.. 2010.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