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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깨달음3

어떤 깨달음의 순간 교육부 근무는 시종일관 어려웠습니다. 3년간 파견근무를 마치고 정규직 발령을 받은 것은 1993년 6월이었습니다.편수국 교육과정담당관실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직원은 장학관(담당관)과 연구관, 연구사 합해서 7, 8명이었을 것입니다. 그분들은 걸핏하면 출장을 나갔습니다. 당연히 신임인 내가 사무실을 지켰습니다. '교육부는 이렇구나...' 하면 그만이었는데 다른 부서 직원이 와서 무슨 말을 하면 그걸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말을 알아듣지 못하다니? 나중에 내가 과장이 되었을 때, 서울에서 전입된 장학관 C 씨는 우리 과 장학관(팀장) 회의 때 내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팀원들에게 업무 전달을 하지 못했고 계속 그렇게 근무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이내 다른 과로 옮겨갔는데 장학실 실장이 그에게 대통령.. 2024. 6. 23.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홍성광 옮김, 현대문학 2013 브라만의 아들 싯다르타는 친구 고빈다와 함께 가출해서 체험으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득도(得道)는 지난한 것이어서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비로소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위성 기원정사에서 부처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건 잠시였고, 아름다운 창녀 카말라를 만나 제2의 삶을 살게 되고 거상 카마스와미를 만나 부를 향유하기도 했지만,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뱃사공 바주데바를 스승으로 삼고 강의 흐름으로부터 시간의 초월을 배운다. 싯다르타가 카말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싯다르타'와 헤어진 것은 '인간 싯다르타'의 가장 큰 아픔이었다. 그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은 이 '소설'이 전기와 다름을 잘 보여주었다. 싯다르타는 그 늙은이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천천히 .. 2023. 8. 11.
감옥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저는 이 명상 수련회를 지난 구일 동안 지도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거의 꺼낼 뻔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다시 똥 무더기로 기어들어 갔습니다. 여러분은 바깥으로 나오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집착입니다. 사람을 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는 나오지만 다시 기어들어 갑니다. 여기에는 재가 수행자들이 있습니다. 이 수련회가 끝나면 출가해서 스님이 될까요? 아마도 똥 무더기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 갈 것입니다. 그곳이 근사하고 따뜻하며 아늑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벌레가 보는 방식과 같은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어렵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옥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다른 세상을 알려하지 않습니다. 의지는 감.. 2021.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