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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리운 선생님4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김대웅 편역, 아름다운날 2018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가 연합군 리더의 한 명으로 난공불락의 트로이 프리아모스 성을 10년 만에 함락시킨 뒤, 다시 10년 온갖 풍상, 고난을 다 겪고 귀환하여 아내 페넬로페의 청혼자들(계산해보니까 '보좌관' 빼고도 무려 110명)을 물리치고 다시 왕위에 복귀했다는 이야기. 이건 해피엔딩이고 권선징악이어서 따지고 보면 크건 작건 인간의 길이 다 이와 유사하다는 얘기는 성립될 수 없겠다. 전라도 어디에서 오셨다는 염길환 선생님, 여느 선생님은 시험문제를 출제할 때나 사용하는 등사원지에 8절 4면 혹은 6면, 혹은 8면을 혼자 다 쓰시고 아름다운 감청색 잉크로 한 장 한 장 직접 인쇄하시는 학교신문에 이 '거창한' 얘기를 연재해주셨.. 2021. 10. 7.
정수남 선생님께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습니까, 선생님 반 교생? 45년 전 일이고, 그나마 몇 번 뵙지도 못해서 면목은 없지만, 잊지 않으셨을 것 같았습니다. '아, 그 귀찮았던 녀석!" 하시더라도, 저로서는 함께 거닐어주신 그 강변의 밤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실습 이튿날부터 보이지 않자, 여러 번 연락을 주셔서 마련된 만남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름다웠고, 신혼이라고 하신 것 같고, 댁은 서울이라고 하셨습니다. "강요한다고 잘 참여할 것 같지도 않고, 그렇게 하는 것도 유치하겠죠?" "실습에 잘 참여하지 않아도 실습 점수를 주어야 하는 경우에 대해 우리 학교 교장 교감은 물론, 대학 측에 논리적으로 설명할 자신은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죠. 흉내라도 내어주면 좋.. 2013. 7. 7.
그리운 사람에게서 온 편지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성복초등학교에 근무했던 ○○○입니다. 몇 년 동안 흘릴 땀을 올해 여름 한 해에 모두 흘려보내고 기막히게 들어맞는 입추 절기를 기점으로 다소 떨어진 기온에 그저 감사하며 방학을 보내던 중 책장을 정리하다가 성복교육과정이라는 라벨이 붙은 꽤나 두꺼운 파일철을 열었습니다. 7년이나 된 거니까 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파일철을 열어 속지를 꺼내던 중… 그 속지는 단순히 연수물이 아니라 30대 중반의 제 청춘이었고 함께 했던 선생님들과의 추억이었고 교장 선생님 그 자체였습니다. 석양이 지는 어스름 저녁의 이 시간에 저는 빛바랜 종이들을 어쩌지를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교장선생님께 인사 올리게 되었습니다. 연수물에 철해져 있던 파란편지 부분에서는 도저히 이 느낌을 어찌할 바를.. 2012. 8. 13.
눈(眼) Ⅰ 교과서를 만드는 데는 수많은 유의점이 있습니다. 다른 책도 아니고 교과서니까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지만 무지무지 힘드는 일입니다. 가령 사진 한 장을 쓰려면 100장, 200장을 인화해봐야 그 한 장을 고를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사회과 편수관을 하면서 사진에는 꼭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사진이 보이면 '달력 사진' '죽은 사진'이라면서 비아냥거렸습니다. 숭례문 사진이라면 그 사진에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그 숭례문의 규모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이 들어가 있는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그 사진에 나타난 것의 성격을 파악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령 옛날의 구리거울이라든지 호미, 낫 같은 생활도구의 .. 2010.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