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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리운 날들4

이곳의 눈 그리운 곳의 눈 지금 그 아이를 그리워하듯 다시 이 날을 그리워 할 날이 오고 있겠지. 2022. 12. 14.
BTS "봄날" 나는 요즘 우울합니다. 우울한 날에도 늙어가긴 합니다.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도 시간은 갑니다. 혼자서 BTS 부산 공연 실황 중계방송을 보던 밤이 떠오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라색 함성'이 지금도 다 그대로 "보입니다". 그때도 나는 우울 모드였는데 아, 이런... 그때는 지금보다는 덜 우울했고 나았던 것 같습니다. 그 가을밤이 그립습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그 때가 '가을밤'이었습니다. 그런대로 좋은 가을밤이었었습니다. '봄날'이었지요, 아마? 그들이 끝에, 개별로 이별 인사를 하기 전에, 그러니까 공연 마지막에 불러준 노래... 봄날... 그들은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면 오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나는 그 "여러분"의 한 명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2022. 11. 14.
'자기소개서' - 내 임팩트의 실상 교장자격강습을 받을 때였습니다. 곧 시험이 시작될 즈음에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시험이 이제 평생 마지막 시험이겠지요?" 다들 공감했을 것입니다. 그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매일 시험을 보도록 하겠다고 한들 그 시간이 다시 올 리 없고,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나처럼 퇴직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런 신세인데도 신문에서 입사시험이니 대학입시니 하면 그런 기사에는 눈이 머물게 됩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꼭 7년 전 신문에서 「자소서 '팩트'(fact·단순한 사실)보단 '임팩트'(impact·강렬한 표현)로 승부하소서」라는 기사를 봤습니다(조선일보 2015.3.16.) 작은 제목들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취업 좌우하는 자기소개서… 나열은 금물, .. 2022. 3. 7.
미안한 봄 더러 전화 연락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의 이렇게 시작합니다. "자주 연락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건강은 괜찮습니까?" 뭐라고 대답하는 것이 적절하겠습니까? 그 인사가 의례적인 것이라고 해서 이럴 수는 없잖습니까? "왜 묻습니까? 안 좋다면, 무슨 좋은 수가 있습니까?" 그럴 땐 망설여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필이면 건강을 묻다니…… 좀 만만하다 싶은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해 보기도 했습니다. "뭐, 별로입니다. 병원 신세를 진 이후에는 상태가 오락가락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대답이 실제로는 대화만 어렵게 하는 공연한 짓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상대방의 응답이 어색해지고 괜히 쓸데없는 대화가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의례적인 인사에는 의례적인 대답이 제격인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얼른 이렇게 대.. 2014.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