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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귀뚜라미2

입추가 분명하다는 일사불란한 주장 귀뚜라미들은 왜 이렇게 어두운 밤에 저렇게 노래할까?어두워야 노래가 잘 되나?공통으로 무슨 부끄러운 일 있나? 어제까지만 해도 들리지 않던 저 합창이 오늘 저렇게 시작된 건 입추가 왔다는 걸 '주장'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저것들은 일단 정확하다. 유감스러운 것은 어둠 속에서 들을 땐 합창이긴 해도 "또르 또르 또르..." 정확하게 들렸는데 녹음해 와서 들어보니까 완전 '떡'이 되어 왁자지껄 무슨 소리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정확성을 자랑하는 저것들에게는 미안한 일이다.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열대주(晝) 열대야(夜)가 거의 한 달이나 계속되었는데 일단 올해는 이렇게 지나가는 것 같다.내년은 내년이다. 그때 가서 걱정해도 좋을 것이다. 살아 있다면. 2024. 8. 6.
이 세상의 귀뚜라미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다. 덥긴 하지만 처서가 지난 주말이었다. 귀뚜라미는 가을이 왔다는 걸 귀신같이 안다. 2004년 9월, 십몇 년 간 세상에서 제일 번화한 광화문에서 근무하던 내가 용인 성복초등학교 교장으로 갔을 때 그 9월은 가을이었다. 가을다웠다. 나뭇잎들은 화려했다. 그렇지만 그곳 가을은 조용하고 쓸쓸했다. 귀양이라도 온 것 같았다. 아침에 교장실에 들어가니까 귀뚜라미가 울었다. 내가 멀리서 통근한다는 걸 엿들은 그 귀뚜라미가 설마 정시에 출근하겠나 싶었던지 마음 놓고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신기하고 고마웠다. "귀뚜라미가 우네요?" 광화문 교육부 사무실에서 전쟁하듯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어야 할 말인데 그럴 수가 없어서 눈에 띄는 아무에게나 알려주었다. 5분도 되지 않았는데 기사가 들어오더니.. 2023.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