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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국화와 칼6

정해진 칸에 예쁘게 색칠하기 예전엔 이런 학습지가 없었습니다. 등사기가 있긴 했지만 그건 거의 시험지 인쇄 전용이었고 '학습지'라는 게 나타난 건 복사기가 보급된 이후입니다. 그래서 그 예전에는 색칠하기, 숫자를 차례로 이어서 모양 찾기 같은 과제는 여름 겨울 방학책에나 들어 있었고 아이들은 그런 걸 단시간에 해치우고는 "아니, 오늘 공부는 벌써 끝장이 났잖아!" 하고 호기롭게 일어서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이런 공부가 즐거운 건 이미 윤곽이 그려져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어떤 색을 선택해도 좋은 자유를 누리며, 거의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생각하니까 '누워서 떡먹기' 같은 이런 것도 참 좋은 공부가 되는구나 싶습니다. 얼마나 삭막합니까? 마스크를 쓴 채 하루 일과를 치러야 한다는 건 얼마나 가혹한 일이겠습니.. 2021. 10. 9.
이 국민들의 뜨거운 피를 위한 교육 (2011.3.30) “넌 왜 동네 어른들께 인사를 안 하니?” “……” “난 정말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어” 정색을 한 아빠가 어린 딸을 세워놓고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 대견한 그 모습에 ‘가정교육, 예절교육이 실종됐다지만 잘만 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될 텐데……’ 그런 생각까지 해봤다. 극한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킨다는 일본의 국민성이 세계를 놀라게 한 이달 중순 어느 날이었다. 우리가 일본의 대지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선 인간의 과학기술과 그것으로 이룩한 문명은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거의 장난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배도 건물도 자동차도, 인간이 애써 만들어놓은 온갖 것들이 바닷물에 뒤엉켜 밀려오는 현장의 공포가 ‘생중계’된 것도 충격이었지만, 더 끔찍한 것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파손이었.. 2011. 3. 30.
일본 교육의 승리를 위한 기원 일본 교육의 승리를 위한 기원 사진 출처 : 조선일보 2011.3.14.A13, 「3·11 일본대재앙 : 바다야, 어쩌란 말이냐」 사진설명 ▲ 지난 11일 강진에 이어 발생한 쓰나미가 이와테(岩手)현 미야코(宮古)시 방파제를 넘어 도로에 서 있는 차들을 덮치고 있다. 방파제 밖의 물 높이가 육지보다도 높.. 2011. 3. 16.
『국화와 칼』Ⅱ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김윤식․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1994(초판 16쇄) 어쭙잖은 책을 쓰며 루스 베네딕트를 이렇게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인은 생활 전부를 끊임없이 도전해오는 세계에 맞게 조정한다. 그리고는 그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반면 일본인은 오히려 미리 계획되고 진로가 정해진 생활양식에서만 안정을 얻으며 예견하지 못한 일에는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 이 글의 '일본인'에 '한국인'을 대입해보면, "이건 우리나라에 대한 비판이나 다름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우리 교육이 이래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관찰력,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지 않으면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과 같은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에게는 딱 한 번만 써서 수정 없이 .. 2009. 10. 22.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김윤식․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1994(초판 16쇄)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우리 정부와 하토야마 일본 총리간의 유화적인 분위기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지만, 히로시마 평화공원 기념비에 새겨진 "편안히 잠드소서! 잘못은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란 글을 "편안히 잠드소서! 우리는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로 고쳐 새겨놓아야 우리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일본이 우리에게 어떻게 했고, 저들이 지금은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면서 우리도 우리의 역사 교육을 더욱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일본 가르치기」 (2009. 10. 11). 그 일본이 이번에는 핵무기 피해.. 2009. 10. 19.
학교자율화 단상 Ⅱ 우리나라 교육행정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가령 학교에 산불조심 관련 공문을 주고받지 않으면 온나라에 산불이 훨씬 더 많이 날 것이라는 듯합니다. 교통사고가 걱정이면 교통사고를 예방하라는 공문을 보내면 되고, 학교폭력이 걱정되면 학교폭력 자진 신고 및 피해 신고 관련 공문을 .. 2009.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