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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의 개별화5

선생님의 재택근무(2020.4.3) 선생님의 재택근무 박 교사 :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냈어요? 최 교사 : 엄청 어려웠어요. 처음엔 이럴 수도 있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일주일이 가고 또 일주일이 가고, 그러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불안하고 초조하고, 교실을 들여다보면 걱정만 쌓이고 아이들이 재잘거리던 시간들이 그리워지고… 나는 교사가 맞구나 싶어 눈물겨웠어요. 뭣보다 아이들이 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무척 괴로웠어요. 박 교사 : 방안을 찾자고 채근하는 교장의 입장에도 동정이 가더라고요. 리더는 저렇구나.… 최 교사 : 캐나다 로키산맥 기슭의 어느 마을에서 근린공원 임시 갤러리를 마련했는데 거기에 한 초등학생이 써 붙인 ‘칩거 중에 내가 할 일’ 목록을 어느 블로그에서 봤어요. 할머니께 전화하기, 친구.. 2020. 4. 3.
뭘 보고 교사·학교를 믿나?(2020.2.4)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렇게 썼다. "학생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건 옛날부터 내려온 영장류의 의식적인 성교형태라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그래도 선생님들이 체벌을 계속할지 의심스럽다." 그렇거나 말거나 교육부에서는 최소한의 체벌을 허용하면서 관련 규정 정교화에 힘쓴 시절이 있었다. 체벌은 결코 교육수단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강력해지자 결국 일체 금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의 매'를 강조하는 사람도 많았고, '대체벌(운동벌, 학습벌 등)'이라는 생경한 대안도 나왔고, "학습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교육권도 보장하라!" "학교와 교실이 무너진다!"는 아우성과 호소도 있었다. 요즘은 간혹 교사가 학생에게 맞았다는 소리는 들려도 교사가 학생을 때렸다는 얘기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또 학생 간 폭력을.. 2020. 2. 4.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요?(2019.5.30) 《밤이 선생이다》(황현산)라는 책 속 이 일화에는 아직 학교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와 그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방문교사가 등장한다. "다음 그림에서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물음 아래 책을 읽는 사람, 모자를 쓴 사람, 낚시질을 하는 사람 그림이 나란히 제시되어 있다. 문제를 읽은 아이가 손가락으로 모자를 쓴 사람을 짚어주면 된다. "이 사람이에요!" 틀릴 리가 있을까? 결과를 확인하기 민망할 정도로 뻔하다. 문제를 읽을 수 있다면 그걸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왜 그런 문제를 출제하는 것일까? 묻고 답하기 훈련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일단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반문했다. "내가 어떻게 모자 쓴 사람 이름을 알겠어요?" 이번엔 .. 2019. 5. 30.
MOOC 공부 2017.5.6. 조선일보 C5 "무크… 강의실을 바꾸고 있다" 주말 부록판에 실린 이 기사를 읽었다. 지난해였지? 교육부에서 보내주는 홍보 메일로 MOOC에 대한 자료들을 연속하여 볼 수 있었던 당시에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대학을 통제하면서 이런 일이나 부추기는가 싶어 한 고약한 심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얼마 전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는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렇게 썼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곡 4번을 연주하려면 19세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네 명의 연주자가 9분 동안 연주해야 한다. 좋은 대학의 경우, 세미나 강의는 한 명의 교수에 15명의 학생이 배정되는 경향을 .. 2017. 5. 9.
파리드 자카리아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 강주헌 옮김, 사회평론 2015 1 풍족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 반드시 피해야 할 금기는 교양과 관련된 학문을 전공하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폭넓은 지식을 함양하는' 교양 교육이라고 하면 미국과 미국의 크고 작은 대학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 교양 교육은 기피의 대상이다. 테크놀로지와 세계화로 정의되는 시대를 맞아, 모두가 기능技能에 기반을 둔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인과 기업인은 물론이고 교육자까지도 국가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능 중심 교육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이제 헛된 꿈을 그만 버리고 직장에서 필요한 .. 2017.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