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2021/1014

이 가을 열매 훔치기 아파트 앞을 오르내린 것밖에 없는 것 같은 하루도 있습니다. 도서관을 빤히 바라보면서도 집에 있는 책이나 읽습니다. 찔레꽃 열매일까요? 도서관으로 들어가고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는 목제 계단 옆 이 아파트 화단에서 해마다 보았습니다. 사진 왼쪽 아래편에 우리 아파트 철책도 보이지 않습니까? 기회를 노렸는데 이번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정수리는 환한 볼품없는 남자 주제에 이 열매를 바라보고 있으면, 게다가 허름한 스마트폰으로 이 열매를 훔쳐가는 모습을 우리 아파트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보면 기가 막히지 않겠습니까? 얼마나 미워하겠습니까? 얼마나 분통 터진다 하겠습니까? 그걸 내가 이렇게 찍어와 버린 것입니다! 올해는 기회를 포착한 것입니다. 2021. 10. 5.
모처럼 화창한 이런 날 2019년이었나? 그해 가을, 날씨가 좋은 날마다 나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이른바 '공사 간에' 사소한 일들이야 늘 일어나는 것이고 마음이 흔들릴 만큼의 부담을 주는 큰 일만 없으면 살아가는 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아도 불안할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해 가을도 그랬겠지? 그런 날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겠지? 괜히 '이러다가 무슨 일이 나는 거나 아닐까?'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런 건 말도 꺼내기 싫지만 흔히 "전쟁 전야"라는 말을 쓰는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진다더니, 이 가을도 오자마자 저 하늘이 더 높아진 것 같았다. 하늘이 정말 높아지나? 그건 아니겠지? 이런 하늘에 대한 좋은 묘사가 어디 있었지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소설 "하우스 키핑"(매릴린 로빈.. 2021.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