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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꾀꼬리도 지우고, 진달래도 지우고」
꾀꼬리도 지우고, 진달래도 지우고 박상순 그의 걸음은 빠르고 내 걸음은 무겁다. 자루 같은 가방 두 개를 멘 그의 걸음은 빠르다. 나는 조금 힘을 내서 그의 걸음을 따라잡는다. 그의 가방 하나를 내 어깨에 걸친다. 그의 걸음은 여전히 빠르다. 다시 그의 걸음을 쫓아가서 나머지 가방도 내 어깨에 걸쳐놓는다. 내 걸음은 무겁다. 손에 들거나, 어깨에 둘러메거나, 등에 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무겁다. 매일 무거워져서, 이것 하나 없애고, 저것 하나 없애고 빈 손에, 텅 빈 얼굴로 기억도 덜어내고, 추억도 덜어내고, 슬픈 꾀꼬리도 지우고 웃음 짓던 진달래도 지우고, 외톨이 쇠붙이는 파묻고, 나만의 별똥별, 나만의 새벽별도 버리고, 현재는 톡톡 털어서 햇볕에 말리고, 바삭하게 말리고, 어쩌면 무척 가벼울지도..
2021.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