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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하느님은 물 묻은 스펀지로 죄를 지워 버리시고

by 답설재 2026. 3. 8.

「……두목, 나 지금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외다. 나는 하느님이 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크고, 힘이 세고, 나보다는 돌아도 좀 더 돌았겠지요만… 덤으로 주는 것과는 담을 쌓았겠죠. 부드러운 양피 무더기 위에 턱하니 앉아 하늘을 집으로 삼고, 오른손에는 칼이나 저울 같은 걸 들고 있는 게 아니고(이 웃기는 연장은 백정이나 식료품 가게 주인이나 들고 다니는 거지요) 꼭 구름 같은 스펀지 한 덩어리를 들고 있을 거예요. 오른쪽에는 천당, 왼쪽에는 지옥. 이윽고 혼령이 하나 들어옵니다. 가엾게도 이 불쌍한 것은 옷(그러니까 육신 말이오)을 잃어버려 오돌오돌 떱니다. 하느님은 그걸 보시면서 팔 소매로 웃음을 가리고 요괴 역을 연기하십니다. 이렇게 호령하시는 거죠.

〈이리 오너라, 이 거지 같은 자슥아!〉

이윽고 하느님은 심문을 시작하시지요. 발가벗은 혼령은 하느님 발 밑에 몸을 던지고는 애걸복걸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저는 죄를 지었나이다.〉

혼령은 자기 죄를 밑도 끝도 없이 조목조목 외어 나갑니다. 하느님은 심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하품을 하십니다. 그리고는 꾸짖으십니다.

〈제발 그만둬! 그런 소리라면 신물이 나도록 들었다.〉

그리고는 쓱싹쓱싹 물 묻은 스펀지로 문질러 죄를 몽땅 지워 버리시고 혼령에게 말씀하십니다.

〈가거라, 천당으로 썩 꺼져라. 여봐라, 베드로. 이 잡것도 넣어 줘라!〉

아시겠지만 하느님은 굉장한 임금이십니다. 굉장한 임금이시란 게 뭡니까? 용서해 버리는 거지요!」

 

 

 

영화 "희랍인 조르바" 포스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장면이다(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2000, 84~85).

"하느님을 이만큼 멋지게 묘사한 글을 본 적이 없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게 될까?

무임승차 생각이 나서 더 언급하기 싫다.

 

부자가 죽어 저승에 도착했다. 지옥행이 확실했는데, 염라대왕이 물었다. "남에게 적선(積善)한 적 있니?" "예, 거지에게 파 한 뿌리를 던져준 적이 있습니다."

염라대왕은 파 한 뿌리를 던져주며 이걸 잡고 극락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이걸 잡고 되겠나?' 싶었는데 게다가 난처한 일이 벌어졌다. 지옥행이 결정된 놈들이 우르르 부자의 양쪽 발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리는 것이었다.

어떻게 됐나?

부자는 발버둥을 쳐서 그 사람들을 떨어뜨렸고, 그 바람에 파뿌리가 끊어져 부자도 지옥으로 함께 떨어져 버렸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도덕 교과서에 실려 있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