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가 되어 월급을 받게 되었을 때 나는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장왕록 선생의 번역본도 적지 않았다.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장왕록(張旺祿), 이름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나중에 장영희 교수가 그분의 따님인 것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부녀가 함께 아름답게 다가왔다.
또 장영희 교수가 소아마비를 앓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되자, 장영희 교수가 그리워서 그분의 책, 그분의 글을 열심히 읽게 되었다.
언제 한번 그분을 만나보고 싶었다.
장 교수가 세상을 떠나자 신문 연재도 중단되고 책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서장에 꽂힌 책들의 등표지만 바라보게 되었다.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다시, 봄》은 C일보에 연재된 원고를 모아 2014년에 나온 책이다.
표지에 '장영희 쓰고 김점선 그림'이라고 되어 있다. 저 유리그릇에 꽂힌 수선화도 김점선 화가의 작품이다.
이 봄, 나는 자주 드나드는 어느 거대기업 무인점포의 벽에 걸린 3월의 달력에서 저 작품을 보았다.
문득 《다시, 봄》이 생각났고, 장영희 교수가 다시 그리워졌다.
그리움은 좋은 것이지만, 저 표지화가 그 달력에 들어 있는 것은 못마땅했다.
누가 그렇게 했을까?
장영희 교수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작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구체적인 생각을 더 할 수도 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다만 저 작품은 《다시, 봄》의 표지화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장영희 교수의 글을 찾아 읽으며 지내던 시절이 더없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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