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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영미시 선집 《다시, 봄》 표지화

by 답설재 2026. 3. 6.

 

 

 

교사가 되어 월급을 받게 되었을 때 나는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장왕록 선생의 번역본도 적지 않았다.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장왕록(張旺祿), 이름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나중에 장영희 교수가 그분의 따님인 것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부녀가 함께 아름답게 다가왔다.

장영희 교수가 소아마비를 앓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되자, 장영희 교수가 그리워서 그분의 책, 그분의 글을 열심히 읽게 되었다.

언제 한번 그분을 만나보고 싶었다.

 

장 교수가 세상을 떠나자 신문 연재도 중단되고 책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서장에 꽂힌 책들의 등표지만 바라보게 되었다.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다시, 봄》은 C일보에 연재된 원고를 모아 2014년에 나온 책이다.

표지에 '장영희 쓰고 김점선 그림'이라고 되어 있다. 저 유리그릇에 꽂힌 수선화도 김점선 화가의 작품이다.

 

이 봄, 나는 자주 드나드는 어느 거대기업 무인점포의 벽에 걸린 3월의 달력에서 저 작품을 보았다.

문득 《다시, 봄》이 생각났고, 장영희 교수가 다시 그리워졌다.

그리움은 좋은 것이지만, 저 표지화가 그 달력에 들어 있는 것은 못마땅했다.

누가 그렇게 했을까?

장영희 교수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작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구체적인 생각을 더 할 수도 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다만 저 작품은 《다시, 봄》의 표지화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장영희 교수의 글을 찾아 읽으며 지내던 시절이 더없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