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생각하고, 저녁에는 책을 좀 보다가 거실로 나가 아내는 잠들어 있고 저 혼자 떠들고 있는 TV를 보기도 하다가 다시 들어와 블로그도 살펴보고 읽던 책을 다시 펼쳐보다가 자리에 들 준비를 하면 잠이 깨어 하루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 느낌일 때가 있다. 또 하루가 가는구나, 하루하루가 참 빨리도 가는구나, 금방금방이구나 한다.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새벽 한두 시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얼른 잠들지 못하면 일어나 불을 켜고 책을 펴서 몇 페이지 보거나 핸드폰을 찾아서 자정 이후 블로그를 찾아온 이가 있는지('이런 이는 왜 이럴까?') 혹 댓글을 단 이가 있는지 살펴보고 다시 누웠다가 일어나 이곳으로 나온 날, 지금처럼 이렇게 곧 다시 자정이 되는 시간에는 하루가 길고 긴 터널 같은 느낌을 갖는다.
하루가 시작된 그때가 아득한 느낌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처럼 나의 하루는 참 짧기도 하고 때로는 길기도 한 것인데, 길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잠자는 시간을 포함한 경우가 된다. 그러니까 지난 자정부터 다가오는 자정까지를 하루로 생각하게 되면 24시간이 아득한 느낌으로 길어지고, 특별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거의 없이 지내는 이 어정쩡한 노년의 하루를 아침에 일어나도 그만, 일어나지 않아도 그만인 그 시간부터 이따위 글이나 쓰는 이 작업이 끝나면 곧 잠자리에 들게 되는 그 시간까지를 하루라고 생각하면 참 허무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된다.
그래서 나는 나의 하루를 의식적으로 지난 자정부터 오는 자정까지로 생각하기로 했는데(공식적으로 잠을 하루에 두 번 자는 것이다), 생각만 그렇지 잘 적응되지는 않는다. 이게 과학적으로도 맞고 당연한 건데 뭘 그러느냐는 이야기 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다. '과학적'이라는 게 뭐 그리 중요하거나 좋겠는가.
그럼?
이왕이면 아득하게 느끼며 사는 것이 정신적으로는 이익일 것 같아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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