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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미하엘 엔데 《거울 속의 거울》

by 답설재 2026. 2. 21.

 

 

 

 

미하엘 엔데 《거울 속의 거울》 Der Spiegel im Spiegel

이병서 옮김, 푸른책들 2016

 

 

 

서른 가지 이야기가 있다.

환상소설이라고도 하고, 난해하다고도 한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은유를 썼을 뿐이지 싶다.

소설과 시의 중간 형태다.

재미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도 많다.

 

서른 가지 이야기를 각각 이런 이야기라고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어서 대충 메모해 보았다. 그중 특히 좋다 싶은 건 13과 24였다.

나머지 스물여덟 가지는 아래 댓글란에 적었다.

읽는 사람마다 생각이나 느낌이 다를 것이다.

그림들도 한참씩 들여다보았는데, 미하엘 엔데의 아버지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13. 여기는 방이고, 동시에 사막이다. 북쪽 문으로부터 작은 풍문風紋 자국이 여러 겹으로 굽이치며 사막 한가운데로 이어지고 있다. 그곳을 한 사내가 안내자를 따라 개미처럼 걷고 있다.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복사뼈까지 모래에 빠져 비틀거리고, 노를 젓는 것처럼 팔을 크게 휘젓는다. 이 사내는 신부를 찾아 직선거리를 선택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그러나 뼈만 남아서 사막을 건너온 신랑이다. 다 늙어빠져서 남쪽 문에 도착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신부는 그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신랑을 찾아 북쪽 문으로 향한다. 신랑은 신부가 던져 준 장미꽃을 더듬으며 중얼거린다. '오오, 정말 예뻐!" 그리고 모래 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중얼거린다. "그녀는 나를 찾게 될까? 저 너머 또 다른 문 뒤에서..."

 

 

24. 검은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다 사라져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나라가 있다. 그 사막 연극 공연장 맨 뒷자리에 한 아이가 앉아 공연을 기다린다. 마술사들은 '육체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공연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아이가 줄을 타는 광대를 상상함으로써 한 마술사의 육체화가 이루어지고 무대에 서게 된 그 마술사는 그 아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공연이 끝난다. 마술사는 자신의 이름이 '엔데(끝, 마지막)'라고 소개하고 이름이 없는 그 아이에게는 '미하엘'이라는 이름을 준다. 두 사람은 서로 도와 새로운 세상을 찾기로 한다.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 : Arvo Pärt)'을 듣던 밤을 생각했다.

https://youtu.be/qZf-vreLpIE?si=mf9HXNjo7OWyFH7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