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핑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김영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특히 최근 강대국 그 지도자들이 설치는 꼴을 보면 나로서는 평화니 인권이니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인데 1,400페이지의 '두툼한' 이 책은, 앞으로는 또 어떨지 모르지만 기나긴 세월 범죄, 테러, 집단 살해, 전쟁 등 폭력은 감소해 왔고, 어쩌면 현재 우리가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 내용에 대한 감상 같은 건 제쳐놓고, 개요가 될는지 모르긴 하지만 일단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았다.
첫 번째 변화는 인류 진화 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정부적 수렵, 채집, 원예 농업 사회들이 약 5,000년 전부터 도시와 정부를 갖춘 농업 문명으로 전이한 사건으로, 만성적 습격과 혈수(feud)가 줄고, 폭력적 사망자 수가 1/5 정도로 줄었다(평화화 과정).
두 번째 변화는 중세 후기부터 20세기까지 500년간, 유럽의 살인율이 과거의 1/10~ 1/50로 감소했다.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고전 『문명화 과정』에서 이 놀라운 감소는 봉건 영토들이 중앙 권력과 상업 하부 구조를 갖춘 왕국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문명화 과정).
세 번째 변화는 17, 18세기 이성의 시대 및 유럽 계몽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전제 정치, 노예제, 결투, 사법적 고문, 미신적 살해, 가학적 처벌, 동물에 대한 잔악 행위 등 사회적으로 용인된 폭력을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하고 체계적 평화주의가 움텄다(인도주의 혁명).
네 번째 변화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50~60년간으로 강대국, 선진국들이 전쟁을 벌이지 않고, 인류는 유례없는 발전을 이룬 축복받은 기간이었다(긴 평화).
다섯 번째는 냉전이 끝난 1989년 이래 내전, 집단 살해, 독재 정부의 억압, 테러 등 조직적 충돌이 감소한 일이다(새로운 평화).
여섯 번째는 1948년 세계 인권 선언 발기로 상징되는 전후 시대에 소수 집단, 여성, 아이, 동성애자, 동물에 대한 폭력(공격성)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일이다(권리 혁명).
인간에게는 목적에 대한 실용적 수단으로서 동원되는 '포식적(predatory)' 혹은 '도구적 폭력', 권위, 위세, 명예, 힘의 욕구로서, 개인 간의 마초적 허세로 드러날 수도 있고 인종, 민족, 종교, 국가 집단 간의 패권 경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우세 경쟁', 보복, 처벌, 정의를 지향하는 도덕주의적 욕구를 부채질하는 '복수심', 타인의 괴로움에서 즐거움을 얻는 '가학성', 공유된 신념 체계인 '이데올로기' 등 다섯 가지 내면의 악마가 있다.
보통 유토피아적 전망을 품고 있고, 무제한의 행복(선)을 추구하기 위해서 무제한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진 않지만, 폭력으로부터 멀어져 협동과 이타성을 추구하게 하는 동기들(네 가지 선한 천사들)을 갖고 태어난다. 감정 이입(empathy), 자기 통제, 도덕 감각, 이성이 그것으로, 특히 이성은 본성의 다른 천사들을 활용할 때 길잡이가 되어 준다.
다섯 가지 외생적·역사적 힘이 인간 내면의 온화한 동기들을 선호함으로써 폭력을 다각적으로 감소시켜 왔다.
·리바이어던(Leviathan) : 힘의 적법한 사용을 독점하는 국가와 사법 제도는 착취적 공격 유혹을 줄이고, 복수의 충동을 억제한다. 또 각자 자기야말로 천사의 편이라고 믿는 이해관계자들의 자기 위주 편향을 피하게 한다.
· 상업 : 모두가 이길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 기술 발전으로 더 많은 교역 상대와 더 멀리까지 물건과 생각을 교환하게 되면, 상대는 살아 있어야 내게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 타인을 악마화하거나 비인간화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 여성화 : 폭력은 대체로 남성의 오락이고, 문화는 여성의 이해와 가치를 좀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여성에게 힘을 실어 주는 문화는 폭력의 미화에서 쉽게 벗어나며,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젊은 남성들의 위험한 하위문화를 덜 양성한다.
·세계주의(cosmopolitanism)의 세력들 : 가령 문해 능력, 이동성, 매스미디어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시점을 취해 보게 하고, 그런 사람들까지 공감의 대상으로 아우르도록 공감의 범위를 넓힌다.
·이성의 에스컬레이터(escalator of reason) : 폭력의 순환이 헛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자신의 이해를 타인이 이해에 앞세우는 행위를 줄이고, 폭력의 개념을 재구성함으로써 폭력을 경쟁에서 승리해야 할 행위라기보다는 해소해야 할 숙제로 보게 한다.
폭력의 감소를 인식하면, 그때부터는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우리가 오늘날 이런 평화를 누리는 까닭은 옛 세대들이 당대의 폭력에 진저리 치면서 그것을 줄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우리는 폭력의 감소를 인과의 문제로 다루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잘못에 집착하기보다 잘한 일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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