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의 성능 낮은 스마트폰 사진이어서 이 정도지, 실제로 보면 이처럼 자연스럽고 이처럼 아름다운 꽃밭을 사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있을까 싶지 않다.
요 며칠, 나는 좀 객쩍은 작명(作名)도 해보았다.
'잡초시대'
'잡초시대는 그렇고 야생화 시대'
'야생화 천지, 야생화 천국, 아니면 야생화 페스티벌'...
'이 강산 삼천리, 우리의 야생화!'
문제가 있긴 하다.
'나의 사유지'에서는 다만 잡초들일 뿐이다.
아름답기보다는 골치가 아프다.
그렇지만 여기 '우리의 공유지'에서는 꽃집의 꽃들과 겨루어보고 싶은, 아름다운 갖가지 야생화가 저렇게들 피어난다.
'나'와 '우리'에 따른 이 구분은 쑥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극복해 보고 싶은 갈등이다.
오늘 오전, 산책길로 접어들자 풀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는 마스크맨이다. 오늘은 공기가 좋다는데도 마스크를 썼는데 풀을 짓이겨 나는 냄새가 그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고, 이내 예초기를 휘두르는 장정들이 눈에 띄었다.
장정들은 기세가 등등했다.
장발(長髮)의 청년을 붙들어 앉혀놓고 '바리캉'으로 스님 머리처럼 빡빡 밀어버리는 짓궂은 이발사 같았다. 선글라스에 두건으로 얼굴을 가렸고 예초기 소리 때문에 대화조차 불가능한 상태이긴 해도 그 일꾼들은 저 아름다운 야생화들을 사정없이 쓰러뜨려버린다는 각오로 씩씩대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야생화가 사라져가는 자리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나도 시장님의 입장이 되어 음, 시원하게 깎는군!, 할까?'
'그럼 시장님 입장과 내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거잖아?'
'생각해 봐, 야생화는 피어야 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
'그것도 생각해 봐, 내 사유지의 잡초와 우리 공유지의 야생화가 달라, 같아? 미운 집초가 있고, 사랑스러운 야생화가 따로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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