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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현충일 오전 10시

by 답설재 2025. 6. 8.

 

 

 

 

그 시각에 나는 저 길을 걷고 있었는데 정각 열 시가 되자 사이렌이 울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는 것이었다.

묵념은 1분간 계속되었다.

나는 주제넘긴 하지만 이 나라는 썩 괜찮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기야 일찍이(19세기말) 좀 더럽고 비위생적이긴 하다면서도 이 나라를 사랑하여 여러 번 여행하고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책을 쓴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그 책에 이렇게 써놓았다.

 

 

근사한 기후, 풍부하지만 혹독하지는 않은 강우량, 기름진 농토, 내란과 도적질이 일어나기 힘든 훌륭한 교육, 한국인은 길이 행복하고 번영할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협잡'을 업으로 삼는 관아의 심부름꾼과 그들의 횡포, 관리들의 악행이 강력한 정부에 의해 줄어들고 소작료가 적정히 책정되고 수납된다면 반드시 그러할 것이다. 나는 한국의 농부들이 일본 농부처럼 행복하고 근면하지 못할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그것은 내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생업에서 생기는 이익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나라, 어떤 제도로부터 온 것이든 한국에서 행해지는 모든 개혁은 한국인들의 이 절박하고 자연스러운 갈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은 길이 행복하고 번영할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영국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회원이었다는 그 학자가 고맙다.

교육개혁만 일어나면 금상첨화일텐데...^^

무슨 교육개혁이냐고?

 

"내가 보기에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주로 두려움과 강제, 인위적 권위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학교다. 이런 방식은 학생들의 건전한 감성과 성실성, 자신감을 파괴하고 결국 순종적인 인간만을 만들어낸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그렇게 썼다("나의 세계관").

나는 그 아인슈타인이 언젠가 그의 그 책을 내가 읽을 것 같아서 그렇게 써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 그런 개혁이 일어나겠지.

그 '언젠가'가 그리 멀지 않은 날이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