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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그게 4·19였어

by 답설재 2025. 6. 10.

쑥스러워도 털어놓고 싶어. 털어놓아야겠어.

4·19부터 얘기할게.

 

나도 시위에 참가했어.

어느 날 아침, 몇 명의 선배들이 교실로 들어와서 심각한 얼굴로 큼지막한 돌을 몇 개씩 주워오라고 했어.

선생님들은 모두 교무실에 가 있었던 것 같아. '수업은 안 하나?' 생각하다가 그렇게 짐작했어.

 

우리는 선배들을 따라 시내로 들어갔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고함을 질렀어.

돌은 담 너머로 던졌어.

"물러가라!"

"하야하라!"

잠깐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물러가라"와 "물러가시오", "하야하라"와 "하야해주십시오" 같은 것들), 저 앞에서 우리를 이끄는 선배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냈어.

"물러가라!"

"하야하라!"('하야'가 뭘까?)

 

나중에 보니 그게 4·19였어.

난 그 정도야. 그 정도일 뿐이야.

 

그렇지만 다른 생각도 하긴 해. 그건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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