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보라고 만들어낸 그림책을 사서 혼자 보고 있다.
온갖 도깨비들이 등장한다.
날쌔고 장난 잘 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는 그런 도깨비들을 좋아한다. 죽어서 가면 처음에 저승사자를 할래, 도깨비를 할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까 봐 고민이다. 어느 것을 하나...
고맙게도 부록으로 4종의 행운의 부적도 있다.
책 표지에 이미 저렇게 표시되어 있어도 그걸 펴보진 않았는데 어제저녁에 별생각 없이 열어봤고 그 순간 후회했다.
'오늘 밤 좋은 꿈 꿀 운'은 맨 위에 있으니까 비닐봉지를 열지 않아도 다 보였고, 그 아래에 '용돈 운' '오늘 먹을 운' '게임!! 원 없이 하는 운'이 차례로 포개져 있었는데 용돈 운, 먹을 운, 게임 운이라니 내가 그런 걸...
'이 속엔 또 어떤 행운이 숨어 기다리고 있을까' 싶었는데...
이미 열어봤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오늘 밤 좋은 꿈 꿀 운' 그것만으로도 '이런 행운이 있나' 싶긴 하다.
들어 있던 그대로 정리해서 책상 위에 두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시집간 딸을 안고 있는 꿈을 꾸었다.
부적은 좋은 것이다. 하기야 도깨비가 그 정도 일을 못해주겠나. 도깨비가 누군데.
나는 도깨비파(派)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을 때 남기는 것 (0) | 2023.11.07 |
---|---|
잊힐 리 없을 것 같은 이 가을 (0) | 2023.11.04 |
서귀포, 그리운 곳 (16) | 2023.11.01 |
가을 표정 (0) | 2023.10.24 |
외래어, 준말, 신조어 몇 가지 (3) (10) | 2023.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