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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나는 '꼰대'가 되어 살아가네

by 답설재 2022. 11. 7.

 

 

 

묻지도 않았는데 늘 먼저 '답'을 주려고 하고, 심지어 그 '답'조차 유효기간이 지났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그 사람을 피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묻지도 않은 답을 들을 시간도 없을뿐더러 그 답 속에 섞여 있을 자신에 관한 평가나 판단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일명 '꼰대' 기질은 나이 드신 분에게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오래 일했고, 많이 경험했으니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이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 구범준 세바시 대표 PD 「나이 들수록 '?'가 필요해」(《○》2022.11.)에서.

 

 

사람들이 "꼰대" "꼰대" 해서 어렴풋이 나이 들어 망령이 나기 시작한 사람을 보고 그러는가 보다 하면서 '꼰대는 구체적으로는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했는데...

이제 보니 나는 아무래도 꼰대에 속하네?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답'을 주려고 하는 편이지? 조금 혹은 약간, 더러 그러고 있지? 그럼 누구라도 그 정도지 하루 종일 '답'을 주려고 나대겠나.

나의 그 '답'이라는 게 아무래도 유효기간이 지난 것들이지? 그렇잖아. 내가 새로 나온 것들에 대해 뭘 알아. 그렇다면 내가 아는 건 대부분 유효기간이 지난 것들이지.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것도 그렇지? 아무래도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거지? 그렇지?

 

가슴이 썰렁하네. 철렁하네.

 

전에는, 코로나가 세상을 괴롭히기 전에는 걸핏하면 전철을 탔고, 노인들이 앉아도 좋은 자리에 앉아서 책을 좀 보려고 하면 옆에 와 앉는 것들이 말을 좀 붙이려고 힐끗거리기도 하고, 한 명만 동조해주면 이미 신문에 다 난 것, 오피니언란에 다 나서 애들도 다 아는 걸 핏대를 올리며 씨부려대는 걸 보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역겨워서 벌떡 일어나 후닥닥 멀리 떨어진 곳으로 피신해서 서서 다니곤 했잖아.

그들이 꼰대의 전형일 텐데 헉! 내가, 나도,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었다니!

내가 마침내 '꼰대'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이 되어버렸다니!

젠장, 이건 미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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