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집 집필자 중 한 명이 원고를 보내면서 추천사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런 입장이 아닌 것 같다면서 두어 차례 사양했는데 막무가내로 졸랐습니다.
그는 연전에 나는 글자 하나 쓴 적이 없는데도 여러 집필자의 선두에 내 이름을 달기도 했었습니다.
그때는 참 당혹스러웠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는 않은 경우였지만 추천사를 써준다고 돈을 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드디어 내 명성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도 없어서 망설이다가 열심히 살아가는 선생님이니까(연구도 많이 하며 가르치고, 이번에는 용감하게 두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을 데리고 중국에까지 간 교사니까) '써주자!' 결정했습니다.
책을 받아보니까 저런 모습이었고, 추천사를 무려 여섯 명에게서나 받았는데(이런 경우 자칫하면 우스개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내 이름이 일단 맨 앞에 있었습니다.
추천사
선생님은 어떤 교육자가 되려고 합니까?
예전에는 교육행정이나 교육정책이 오늘날만큼 정교하지 못해서였는지 일상적으로 만나는 교육행정가 중에는 교사들을 실망시키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들을 지원해주기는커녕 그들이 하는 일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 행정가 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교사로서의 기본업무니까 문서를 잘 만들어 상급자의 마음에 들도록 보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교사를 우수한 교사로 대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우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일에만 열중하고 싶은 교사들은 울분을 토하며 “내가 교육행정을 맡게 되면 저런 사람처럼 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되새기곤 했습니다.
물론 다른 교사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교사를 여럿 보았습니다. “저는 학급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정말로 좋습니다. 평생 이렇게 주어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지내겠습니다. 결코 다른 생각을 하지도 않고 교육행정가가 되려고 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교사들 중에는 천부적으로 학생들을 사랑하려고 태어난 교육자가 분명하고, 게다가 교육적 지식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매우 안타까워서 이렇게 말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선생님! 평생 그렇게 지내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교육적 성취는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세상에는 선생님이 지금 대하는 그 학생들과 처지가 다른 학생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냥 앉아서 주어진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지만 나의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학생들이 지금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결코 교육행정가가 되지 않겠다는 교사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매년 몇 명의 학생을 가르칩니까? 초등의 경우는 20~30명이겠지요? 그럼 교장이나 교감은 몇 명을 가르칩니까? 선생님의 몇십 배가 되겠지요? 교장 교감은 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지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처럼 훌륭한 교육자가 교육행정가가 되면 그에게 맡겨진 교사들을 얼마든지 잘 지도하고 지원하고 조언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여기 중국에까지 찾아가 우리의 교포학생들을 가르치는 초중등 교사 네 분이 있습니다. 이 선생님들이 쓴 글을 보면 그들이 지금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정확하게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면모를 잘 짐작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열정적입니다. 그 열정으로 특수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고 가꾸게 되면 이분들의 교육적 역량은 월등한 수준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게 됩니다. 또 이 선생님들이 그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귀국하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혹 교육정책을 맡게 된다면 훨씬 수준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고, 교육행정을 맡게 된다면 그 폭넓은 경험으로 훌륭한 교사들이 마음껏 그 재능을 펼치도록 해주는 교육행정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선생님들의 교육 기록은 매우 소중한 자료입니다. 네 분 선생님들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이 선생님들의 뒤를 이어갈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네 분의 앞날에 교육적 성취가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또 이 기록이 널리 읽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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