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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천천히 가겠다는 다짐

by 답설재 2026. 2. 3.

 

 

 

 

 

어제 오전, 여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삼대가 함께 인사차 오겠다며 날짜와 시간을 알렸다.

폭설로 취소된 지난달 말 약속을 얘기하며 슬펐다고 했다.

'얘들이 왜 굳이 오겠다는 걸까? 나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데……'

 

혹 시간이 없는 것일까?

나이로 그런가? 육체적으로? 이 삶에 무슨 자격증 같은 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가 만약 새 출발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어디를 향해 출발하는 것일까?

안갯속 같은 곳으로?

어디로든 가긴 가야 하는 것이겠지?

그냥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할 수는 없겠지?

안갯속으로 혹은 또 한 해의 봄 속으로 어디로든……

 

지금 전화를 어디서 받는지 물었다.

아침에 나와서 쉬고 있다고 대답했다.

운전 좀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10분만 늦게 다니면 여유롭다는 다짐을 하던 중이라고 대답했다.

꼭 그렇게 하라고, 더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무턱대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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