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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아내와 나의 대결

by 답설재 2018. 9. 22.

 

대결 1

 

 

 

대결 2

 

 

 

대결 3

 

 

 

 

 

 

대결 4

 



 

나는 컵을 '이렇게!'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렇게!'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렇게!' 놓아야 위생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내는 '저렇게!' 놓아야 위생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나는 아내가 주장하는 방법으로 놓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위생적인 점을 지적합니다.

아내는 내가 주장하는 방법으로 놓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위생적인 점을 지적합니다.

 

우리는, 내가 컵을 관리할 때는 내가 주장하는 방법으로 놓았습니다.

아내는 아내가 컵을 관리할 때 아내가 주장하는 방법으로 놓았습니다.

아내는 내가 놓은 컵을 보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고쳐놓았습니다.

나도 아내가 놓은 컵을 보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고쳐놓았습니다.

 

나는 3이나 4로 놓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내도 3이나 4로 놓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을 것입니다.

나는 설령 아내가 주장하는 그릇된 방법으로 놓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결코 그런 방법을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요즘, 나는 내가 주장하는 방법으로 두 사람의 컵을 정리합니다.

내가 쓰는 컵만 위생적으로 놓아서 나만 오래 살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서입니다.

아내도 내 컵마저 아내가 위생적이라고 주장하는 방법대로 정리합니다.

아마도 내가 비위생적인 컵을 써서 컵 때문에 덜컥 먼저 죽어나가는 꼴을 보기가 싫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느 것이 비위생적이고 어느 것이 위생적일 것이라는 설명을 하지 않고 각자 자신이 신뢰하는 방법으로 두 사람의 컵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내가 밖에 나가고 없는 동안 내 마음대로 컵을 관리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립니다.

그런 자유는 내가 밖에 나가고 없는 동안 아내도 마음껏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계속 자유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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