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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조지 오웰 『동물농장 Animal Farm』

by 답설재 2015. 7. 14.

조지 오웰  『동물농장 Animal Farm

정택진 옮김, 리베르 2007

 

 

 

 

 

 

 

 

메이저 영감(돼지)에게 이론 교육을 받은 동물들은, 수퇘지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지휘로 반란을 일으켜 농장주인 존스(인간)를 축출해버립니다. '장원농장' 이름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동물주의' 이론도 확립합니다.

'일곱 가지 계명'도 정하고 문맹 퇴치, 생산성 향상 등 혁명을 진척시켜 나가는 중인데, '어?' 돼지들은 '지적인 노동'만 하게 됩니다.

 

이상주의자 스노볼이 문명의 이기 '풍차'를 만들자고 제안하자 교활한 나폴레옹은 스노볼을 모함하여 축출해버립니다. 잘 훈련된 맹견들을 이용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선전술에 능한 돼지 스퀼러를 이용하여 권력을 독점합니다.

모든 일은 나폴레옹과 특권층이 된 그의 측근 돼지들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일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이상하게도 스노볼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풍차전투'에서 가까스로 인간들을 몰아낸 동물들은 지칠 대로 지치고 어려운 생활은 끝이 없습니다. 동물주의 원칙도 무너지기 시작하고 나폴레옹은 예전의 농장주인 존스처럼 행동합니다. 풍차가 완성되고 생산성도 향상되지만 동물들의 생활은 향상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은 이웃 농장의 인간들을 초청하여 그 인간들처럼 행동하며 파티를 벌입니다.

 

 

 

옛 농장주인 '존스'(인간)는 황제(차르 정권)를 상징하고, '메이저'는 마르크스, '스노볼'은 토로츠키, '나폴레옹'은 스탈린, 우직하게 일만하다가 쓰러져 도살장으로 팔려간 복서(말)는 우매한 민중을 상징한답니다.

읽어보면 바보라도 짐작할 것 같았습니다.

 

 

 

풍자의 내용이 뻔하고,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도 재미있습니다.

 

돼지들은 길들인 갈가마귀 모지즈가 퍼뜨리고 다니는 거짓말에 반박하느라 더 애를 써야만 했다. 존스가 각별히 아끼는 모지즈는 첩자이자 고자질쟁이였지만 동시에 영리한 이야기꾼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동물이 죽으면 가는 '슈가캔디 마운틴'이라는 신비한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주장했다. 모지즈는 '슈가캔디 마운틴'이 구름 너머 하늘 높이 어딘가에 있다고 말했다. 모지즈에 따르면 그 나라에서는 일주일의 칠일이 모두 일요일이고, 일 년 내내 토끼풀이 자라며, 울타리에는 각설탕과 아마씨 꺳묵이 자란다는 것이었다. 농장 동물들은 말만 하고 일은 전혀 하지 않는 모지즈를 미워했지만, 일부 동물들은 '슈가캔디 마운틴'이라는 나라의 존재를 믿었다. 그래서 돼지들은 그런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다른 동물들을 설득시키느라 열심히 논쟁을 벌여야만 했다.(41~42)

 

나폴레옹은 농장의 식량 사정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어떤 나쁜 결과가 올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휨퍼를 이용해 사실과는 정반대의 얘기를 퍼뜨리기로 결심했다. 동물들은 매주 월요일에 한 번씩 농장을 방문하는 휨퍼와는 이제까지 접촉할 기회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차출된 일부 동물들(대다수는 양이었다)이 휨퍼가 듣는 데서 식량 배급량이 늘었다는 얘기를 우연히 하는 척 하도록 지시를 받았다.(95)

 

달걀 문제로 반란을 주도했던 암탉 세 마리가 앞으로 나와 스노볼이 자신들의 꿈속에 나타나서 나폴레옹의 명령에 복종하지 말라고 사주했다고 진술했다. 그들 역시 처형당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위 한 마리가 앞으로 나와 자신이 지난해 추수 때 옥수수 이삭 여섯 개를 감춰 두었다가 밤에 먹어치웠다고 자백했다. 그 뒤를 이어 양 한 마리가 물을 마시는 연못에 오줌을 쌌는데, 그것은 스노볼이 시킨 짓이었다고 털어놓았다. (…) 이들도 모두 그 자리에서 처형당했다.(104)

 

등등……

 

 

 

메이저 영감(마르크스)은 죽기 전에 동물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점에 대해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 거듭 말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모든 방식에 대해 적개심을 갖는 게 여러분의 의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두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이든 우리의 적입니다.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무엇이든 우리의 친구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인간과의 싸움에서 우리 동물들이 결코 인간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여러분들이 인간을 정복하더라도 절대로 인간의 악행을 답습해선 안 됩니다. 그 어떤 동물도 집 안에서 살거나, 침대에서 자거나, 옷을 입어서는 안 됩니다. 또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돈을 만지거나, 장사에 손대서도 안 됩니다. 인간의 습관은 모두 나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들은 같은 동물들을 억압해서는 안 됩니다. 힘이 약하든 강하든, 똑똑하든 어리석든 간에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들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 (34)

 

이 부탁은 모조리 뒤집어집니다. 하나하나 뒤엎어버린 돼지가 바로 독재자 나폴레옹이었습니다. 모든 일은 크든 작든 그렇게 처음의 약속이 무너지고 퇴색하고 사라지고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역 헌책방에서 1000원을 주고 샀습니다. 두꺼운 책도 아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