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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 제도 연구의 필요성과 관점

by 답설재 2015. 3. 22.

 

 

 

 

 

 

 

 

  교과서연구》 제79호(2015.3.) 권두언

 

 

교과서 제도 연구의 필요성과 관점

 

 

  광복 후, 우리나라의 교과서 제도에 관한 법규는 1950년의 ‘교과용도서 검·인정 규정’과 ‘국정 교과용도서 편찬 규정’의 제정, 이 규정들의 개정, 폐지에 이은 1977년의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정, 그리고 이 영을 적용하는 동안 20여 차례의 개정을 거친 현행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5959호)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법규의 이러한 변천은 교과서 편찬·개발에 관한 연구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면면히 이루어져 왔고, 그만큼 관련 정책이 변화·발전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교과서 제도는 이러한 변화와 발전 속에서 국정·검정·인정의 분류 체계를 유지해왔다. 우리가 교과서 제도를 이야기하면서 흔히 “국·검·인정 도서”라든지 “국·검정 도서” 혹은 “검·인정 도서”, “인정도서심의회 심의 없는 인정도서”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각 교육과정기별로 국·검·인정 도서의 종류와 비중을 달리하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국·검정 도서가 주축을 이룬 시기가 있는가 하면 검·인정 도서가 주축을 이루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인정도서심의회 심의 없는 인정도서”가 등장하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이와 같은 국·검·인정 도서 구분 고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 구분이 교과서를 개발하고 심사하는 기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교과서 제도의 획기적 변화는 인정도서를 83%까지 확대한 ‘2010 교과서 선진화 방안’이었다. 이 방안은 향후 창의적인 ‘산 지식’을 교과서에 적시에 반영하려면 국·검정 교과서가 중심이 되는 교과서 제도를 바꾸어 보다 쉽고, 재미있고, 친근한 미래형 교과서가 나올 수 있도록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하려는 조치였다. 즉 비교적 간편한 교과서 개발·심사·채택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국정이나 검정보다는 인정제가 더 적합하다는 취지였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는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학습자료나 시중의 일반 서적도 인정 절차만 거치면 교과서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교과서에 반영함으로써 지식, 흥미, 창의력을 키워주는 수준별 맞춤수업이 용이해지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인정도서 제도 운영에도 문제는 없지 않다. 그 인정도서를 개발·심의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어려움이 나타난 것이다. 법규상의 인정도서는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 위하여 교육부장관(시·도 교육감에 위임)의 인정을 받은 교과용도서(영 제2조)로, 그러한 인정도서를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국·검·인정 구분 고시에서 중·고등학교 대부분의 교과목으로 확대한 것에 비해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아직 행정적·전문적인 준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도서들을 분담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 인정 심사는 검정 심사의 방법을 준용하여 실시하고(영 16조), 교육청에서 개발해야 할 도서에 대해서는 국정 도서 편찬과 같은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발행 후 사용 승인” “비교적 간편한 인정 심사” 등의 교육부 정책 의지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여 교육청 개발 도서에 대해서는 “국정 같은 인정”, 교육청 심사 도서에 대해서는 “검정 같은 인정”이 이루어졌다. 정부에서는 유연하고 간편한 방법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고, 정책 의지는 자율화, 다양화를 추구한 것이었지만 실행 과정에서는 그러한 정책 방향과 다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교과서 제도 연구에서는 일부 특수한 교과목을 대상으로 한 국·검정 도서보다는 인정도서 개발·심사·채택에 더 높은 비중을 두어야 하며, 인정도서 확대 정책에 맞추어 국·검정 도서와 차별화되는 개발·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정책연구는 또 현재의 문제점들을 부분적으로 해결하는 미시적·기술적 대안만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거시적·가치적 정책 방향도 담아내야 한다. 인정 도서를 개발하고 심사하는 주체와 절차, 방법을 개선하는 현안도 중요하지만, 출판 시장이나 학교, 사회는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교과서 정책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는 교과서 제도 연구는,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거듭 강조해온 바와 같이 우리 교육의 기본 틀을 ‘교과서 중심’에서 ‘교육과정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여전히 “좋은 지식을 가능한 한 많이” 가르치는 일에 치중하고 있지만, 내일 저 학생들이 그런 지식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분명하게 해명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흔히 성전(聖典)으로 여기는 저 교과서보다 더 편리한 도구가 출현해서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는 건 소용없는 일!”이라는 선언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사실은, 우리는 오래 전부터 “교과서는 교재” 즉 “교육과정 운영 자료” “학습자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왔으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리 엄격하고 복잡한 법규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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