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을 시키려고 아이들을 인솔하던 교사가, 맨홀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들을 보고 ‘이게 바로 현장학습이다!’ 싶었던 것 같다. “얘들아! 잘 봐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저런 일을 하게 된다.”
흔히 있을 법한 이 일화 속의 교사는, 여러 가지로 지적될 수 있는 잘못을 저질렀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 않나?” “공부란 직업 선택을 위한 것만은 아니잖나?” “아이들 앞에서 그런 실례가 있나!” “그러기에 교육이란 그렇게 즉흥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미래를 내세워 공부를 강요한 점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너무나 재미없고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다. 그것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식의 암기에 치중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고 사고력, 창의성, 토의·토론 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너나없이 강조하면서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교육을 하고 있다. 피히테는 「독일국민에게 고함」(1807)이라는 연설에서 나폴레옹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학생들과 관계도 없고 흥미도 없는 것들을 암기하는 것이 특별한 정신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 요구된다면 그것은 심성의 고뇌가 된다.”고 외쳤다.
옛날 얘기라서 실감이 없다면, 지난해 11월, 크리스타 키우루 핀란드 교육과학부장관이 서남수 교육부장관을 찾아왔을 때의 이야기도 있다. 서 장관이 “한국은 핀란드처럼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흥미도나 만족도가 낮은 것이 걱정”이라고 하자, 키우루 장관은 “우리는 학생들이 자발적,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대답을 했다는데, 기자가 붙인 그 기사의 제목은 같잖게도 「핀란드 교육 “우리도 고민 많아요”」였다. 그런 노력이야 기본적인 것이지 그게 무슨 고민거리인가.
서 장관의 그 걱정을 대변하듯 곧 공식적인 데이터가 나왔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2012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 능력은 2006, 2009년에 이어 이번에도 OECD 회원국 34개국 중 1위였다. 이로써 한국은 핀란드와 함께 학업성취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학습 흥미도는 그렇지 않아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수업이 기다려진다” “수학에서 배우는 것들에 흥미가 있다” 같은 응답에서는 하위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수학을 실생활에 적용하지 않고 대학진학과 점수따기를 목적으로 공부하니까 흥미는 떨어지고 부담감은 올라간다. 게다가 성적 하위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서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40%에 이른다. 다른 공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그만큼 공부에 재미가 없고 힘들고 괴롭다. 심지어 잠조차 부족하다. 고등학생들은 하루에 5시간 27분을 자는데, 4년 전보다 1시간 3분이 줄어들었단다. 거짓말 같은 일화가 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한국 학생들은 8시부터 11시까지 공부한다”고 하자 라가르드 IMF 총재가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3시간 공부하면서 어떻게 성적이 그렇게 좋죠?” 기가 막히는 일이다.
웃고 말아야 할까? 핀란드 학생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공부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오후 11시까지 공부해서 공동 1위라면 우리나라 성적은 한참 뒤지는 성적에 지나지 않고, 그런 공부를 시키는 우리는 학생들에게 정말로 미안해해야 마땅하다. 학생들이 바보가 아니고, 훌륭한 학생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우리가 바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목숨을 걸고 반대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인가? 지금 해결하기 어렵다면 그럼 언제 해결할 수 있는가? 도대체 이 지구상에 학생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나라가 단 한 나라라도 있는가? 학생들이 괜찮다고 했는가? 그렇다면 이로써 얻는 것이 단 한 가지라도 있는가?
즐겁게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우선 지금 행복해야 하고, 지금 행복한 학생들이 미래에도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