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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진로·진학 컨설팅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나? (2013.4.17)

by 답설재 2013. 4. 17.

 

 

 

 

진로·진학 컨설팅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나?

 

 

 

  퇴색해버린 일화지만, 한 연구소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목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부분 ‘지식교육’보다는 ‘인간교육’에 ○표를 해놓고는, 학교에 대한 구체적 요청사항을 묻자 대학진학이 최우선이라는 이중성을 나타내더라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우선 붙고 봐야 하니까. 좀 미흡할수록 일단 대학은 나와야 인간구실을 할 것으로 여기는 부모가 대부분이니까. 내 자식더러 구태여 빌 게이츠처럼 또 누구처럼 고졸, 대학중퇴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쾌거의 표본이 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너나없이 마음을 다하는 기원의 최우선 목표가 거의 대학입학이다. 누가 그 관심, 열정, 집념을 나무라고 막을 수 있을까?

 

  게다가 간절한 그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정보들은 자꾸 늘어나고 있다. 정시보다 수시합격생 수가 훨씬 더 많아졌고, 논술·면접이 좌우하는 전형이 있고, 입학사정관제는 부모의 열성에 의한 ‘스펙쌓기’가 관건이라는 ‘전문적’ 설명이 자극적으로 들리고, 내신성적과 수능고사는 전통적·기본적 조건이다. 더구나 그 수능고사가 이번에는 선택형으로 바뀌었다. ‘선택’이라고 해서 여유롭게 취향대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해졌다.

 

  전형방법도 그렇다. 1500쪽에 가깝다는 대교협 안내책자를 구경하기도 어렵겠지만, 3000가지가 넘는다니! 무슨 수로 갈 만한 대학을 고를까 싶어서 사설 입시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더 답답해진다. 그 업체의 안내에 익숙해지는 것조차 어렵다. “전형에 자신 있는 학생보다 우선 전형 정보에 자신 있는 사람이 누굴까?” 싶어진다.

 

  열성적으로 나서는 기관들이 있긴 하다. 전국의 여러 시·군·구청이다. 안타까운 점은, 입시업체에서 강사를 구하고, 학부모 대상 일회성 행사를 개최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면, K시의 설명회는 수도권 5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학원 스타강사가 ‘2014 대입전략 특강’을 한다. 올해가 9회째란다. P시는 학원·EBS·대학 등의 강사 3명이 ‘2014 입시특징 및 성공전략’을 설명한다.

  서울 U동에서는 아예 “학부모를 입시 매니저로 양성하기 위해” 학원대표의 재능기부로 한 달간 매주 수요일 저녁 학부모 교실을 연다. E시도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강사를 초청하여 학부모, 학생 1000여 명이 참석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J군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 160명을 대상으로 유명학원 고문을 초청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 ‘흥행’을 보여주는 대학도 있다. 한 대학은 이미 전국 대도시 순회 설명회를 개최했고, 서울은 학생·학부모 6000명이 몰려 ‘흥행대박’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2~4단계로 고교방문 설명회, 수시지원전략 설명회, 정시지원전략 설명회 등 ‘체계적 프로그램’을 구축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유롭고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설명회 경향을 살펴보면, 교육행정기관 공무원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주민들을 돕고 싶든 ‘흥행대박’을 목표로 하든 지자체나 대학들이 발 벗고 나설 때, 교육공무원들은 도대체 어떤 일에 골몰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행정이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일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간절히 원하는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들에게 진로·진학문제보다 더 심각한 게 있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 교육행정, 학교행정의 시스템을 전환하지 않는가?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이 진로·진학 컨설팅을 주요업무로 삼는 조직·업무 개편을 난처해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국민들의 열망이 잘 반영된 ‘교육공약’을 분석해보면 진로·진학에 관한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방법도 분명하고 간단하다. 200명의 교사가 직접 입시상담을 진행하는 대교협, 역시 교사들이 학생상담을 해주는 서울의 진로진학정보센터, 64명의 진학지도팀이 각 지역별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인천의 사례를 교육청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확대하고 체계화하면 된다. 그것은 학부모들을, 국민들을, 입시 수렁에서 구출해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