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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어려웠던 시절의 고흐

by 답설재 2012. 12. 20.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린 파리 시절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답니다. 모델을 구할 수도 없고, 캔버스조차도 없어서 이미 그린 캔버스 위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그 시절의 작품들을 구경했습니다.  자화상들을 잘 살펴봤습니다. 보는 눈이 매우 까칠하기 때문인지 고흐의 초상화는 '까칠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까칠한 게 나쁜 것이라면, 나쁜 눈을 가졌기 때문에 저 유명한 화가를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잔이 있는 자화상 1887.1, 파리. 캔버스에 유화, 61.1×50.1cm

 

파이프를 문 자화상 1886.9~11, 파리. 캔버스에 유화, 46.0×38.0cm

 

회색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 1887.9~10, 파리. 면에 유화, 44.5×37.2cm

 

 

자화상 1887.3~6, 파리. 마분지에 유화, 41.0×33.0cm

 

 

  1886~1887년에 걸쳐 반 고흐는 파리를 떠나기 전까지 자화상을 27번 그렸다. 처음에는 마분지에 그림을 그렸으나 여름이 되자 그가 네덜란드 시기에 그렸던 작품 뒷면에 자화상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 소형 도록 「반 고흐 in 파리」 88쪽에서.

 

 

 

 

자화상 1887.7~8, 파리. 캔버스에 유화, 42.2×34.4cm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1887.7~8, 파리. 캔버스에 유화, 41.6×31.4cm

 

 

테오 반 고흐(동생)의 초상 1887. 여름, 파리. 마분지에 유화, 19.0×14.0cm

 

 

자화상 1887.3~6, 파리. 마분지에 유화, 19.0×14.0cm

 

 

 

  그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알 수 있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

 

  테오에게

  데생에 대한 네 편지를 읽은 즉시 천을 짜고 있는 사람을 그린 최근 수채화와 다섯 개의 펜 데생을 보냈다. 내 그림이 아직 더 많이 좋아져야 한다고 말할 권리가 너에게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너도 그림을 팔아보려는 노력을 더 확실히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넌 내 그림을 아직 단 한 점도 팔지 못했잖아.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사실 너는 팔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게 아니냐?

  글쎄, 내가 그런 문제에 대해 화를 내는 건 아니지만, 이제 솔직한 심정을 말할 필요가 있겠다. 이렇게는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이 편지를 읽고 너도 네 입장을 솔직히 말해 다오.

  …(후략)…

 

                      빈센트 반 고흐 지음/신성림 옮기고 엮음,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2011, 개정판 36쇄), 108~109쪽에서.

 

 

 

 

 

 

 

 

  도록의 도판이 좋으면 이 블로그에 「황혼녘의 가을 풍경」, 「꽃이 핀 마로니에 나무」를 스캔해서 옮겨 놓고 싶지만 대형 도록을 살펴봐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소형 도록을 사고 말았습니다.

  부자들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고흐의 그림이라면 어느 것이든 일단 사놓고 보자고 하겠지만, 저 같으면 이번에 온 그림 중에서는 「황혼녘의 가을 풍경」이나 「꽃이 핀 마로니에 나무」를 사서 거실 어디에다 턱 걸어놓고 사시사철 쳐다보고 싶었습니다.

 

 

 

 

 

 

 

  주말에 잠깐 갔더니 너무나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무심날 다시 갔더니 한산했습니다. 외국인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母女)은 저쪽에서 사진을 찍고 있고, 이쪽에서는 누군가에게 고흐를 본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쓰기 위해 간단한 메모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 멋진 사람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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