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린 파리 시절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답니다. 모델을 구할 수도 없고, 캔버스조차도 없어서 이미 그린 캔버스 위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그 시절의 작품들을 구경했습니다. 자화상들을 잘 살펴봤습니다. 보는 눈이 매우 까칠하기 때문인지 고흐의 초상화는 '까칠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까칠한 게 나쁜 것이라면, 나쁜 눈을 가졌기 때문에 저 유명한 화가를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1886~1887년에 걸쳐 반 고흐는 파리를 떠나기 전까지 자화상을 27번 그렸다. 처음에는 마분지에 그림을 그렸으나 여름이 되자 그가 네덜란드 시기에 그렸던 작품 뒷면에 자화상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 소형 도록 「반 고흐 in 파리」 88쪽에서.
그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알 수 있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
테오에게
데생에 대한 네 편지를 읽은 즉시 천을 짜고 있는 사람을 그린 최근 수채화와 다섯 개의 펜 데생을 보냈다. 내 그림이 아직 더 많이 좋아져야 한다고 말할 권리가 너에게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너도 그림을 팔아보려는 노력을 더 확실히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넌 내 그림을 아직 단 한 점도 팔지 못했잖아.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사실 너는 팔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게 아니냐?
글쎄, 내가 그런 문제에 대해 화를 내는 건 아니지만, 이제 솔직한 심정을 말할 필요가 있겠다. 이렇게는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이 편지를 읽고 너도 네 입장을 솔직히 말해 다오.
…(후략)…
빈센트 반 고흐 지음/신성림 옮기고 엮음,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2011, 개정판 36쇄), 108~109쪽에서.
도록의 도판이 좋으면 이 블로그에 「황혼녘의 가을 풍경」, 「꽃이 핀 마로니에 나무」를 스캔해서 옮겨 놓고 싶지만 대형 도록을 살펴봐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소형 도록을 사고 말았습니다.
부자들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고흐의 그림이라면 어느 것이든 일단 사놓고 보자고 하겠지만, 저 같으면 이번에 온 그림 중에서는 「황혼녘의 가을 풍경」이나 「꽃이 핀 마로니에 나무」를 사서 거실 어디에다 턱 걸어놓고 사시사철 쳐다보고 싶었습니다.
주말에 잠깐 갔더니 너무나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무심날 다시 갔더니 한산했습니다. 외국인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母女)은 저쪽에서 사진을 찍고 있고, 이쪽에서는 누군가에게 고흐를 본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쓰기 위해 간단한 메모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 멋진 사람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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