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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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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시장 하시모토

by 답설재 2011. 11. 29.

오사카 시장이 되었다는 하시모토라는 일본인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등장하는 모습을, 아침에 텔레비전에서 봤습니다. 선거에 이겼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도 봤지만 그렇게 드러내놓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기는 매우 드문 일일 것 같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그가 아주 젊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웃는 모습이 청년 같았습니다. 얼른 신문을 뒤져봤더니 42세라고 했습니다. 그에 관한 기사들이 좀 충격적인 점도 있긴 하지만, '참 좋아하는구나' '젊은 사람이 오사카라는 큰 도시의 시장이 됐구나' 싶었습니다.

 

 

 

 

중앙일보, 2011.11.29. 5면(기사 중 일부).

 

 

 

조선일보, 2011.11.29. A21(기사 중 일부).

 

 

 

 

 

버트런드 러셀은 『런던통신1931-1935』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조직이란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니 요직에 있는 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젊은이들의 기발한 행동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 말고는 이 문제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미 중요해진 사람을 개선할 수 있는 희망이란 없다. 그는 더 이상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을 발전시키는 일이 일반적으로 이미 늙고 이미 중요해진 자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제안이라고는 학교에서는 서른 살이 넘은 사람이 책임자 자리를 맡아선 안 된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훌륭한 개혁안이 채택되는 것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으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80~81)

 

그의 글을 읽어보면 이 세상이 답답해서 숨이 막힐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세상을 낱낱이 까발려서 속이 다 시원하기도 합니다. 위의 글 바로 앞에서는 이렇게 썼습니다.

 

최고의 인물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경우 그들은 자신이 그리 순종적이지 않으며 상관들에게 비판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어 강력한 조직의 일부로 살아가기를 그만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 기제의 문제를 실례로 들 수도 있다. 저명한 정치가들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민주주의 사회 어디에서나 정치가는 형편없는 족속이다. 오죽하면 정치가politician란 단어 자체가 경멸의 뜻을 띠게 되었겠는가, 하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79~80)

 

러셀이 이 글을 쓴 것은 꼭 80년 전의 일이었는데도 어쩌면 오늘날의 정치 풍토를 미리 다 내다보고 비웃은 것 같아서 놀랍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지도 않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저 하시모토라는 인물의 등장입니다.  그것은 하시모토가 오사카 시장으로서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를 떠나서 이제 그런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경험의 가치와 젊음의 가치를 저울에 단다면 어느 쪽이 내려가겠습니까? 아니, 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어! 경험이 없으니까 허둥대잖아."(경험이 그렇게 많은데도 엉뚱한 짓을 하는 인간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경험이란 이론보다 값진 거야."(값지게 해야 빛나는 것이 경험이겠지요).  "저것 봐, 경험이 없으니까 저 따위잖아."……  그렇게 중얼거린 일들이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한 말들인지 저 자신만큼은 스스로 의심스럽습니다.  그래서 후배 교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처음으로 교사가 되어 학교에 오는 후배들에게 제발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말 좀 하지 마십시오. '이론과 실제가 다른 걸 발견하게 되면 같게 하라' 부탁하시고 '그렇게 하는데 필요한 일,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대학에서 배운 걸 마음껏 실천해보라!'고 하십시오. 그게 선배다운 조언(助言)일 것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한 한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될 것입니다."

 

 

 

 

두고 봐야 할 일, 지켜보고 싶은 일들입니다. 이야기가 우리의 교육계로 흘러버렸지만, 저 인물 하시모토는 극렬한 우익 세력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리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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