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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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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독해교육?

by 답설재 2011. 12. 14.

'다시 주목받는 독해교육'에 관한 기사를 봤습니다. 제목은 "논술 시대 '어휘·독해력'부터 키워라"*

 

A씨는 다섯 살짜리 자녀를 위해 대치동 독서·글쓰기 학원을 찾아갔다가 "2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학원측) "그 학원 유아반은 2~3년 대기는 기본이다. 빠른 엄마들은 아이 돌 지나고서는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는다"(다른 학부모)는 말을 들었답니다.

B씨는 5학년인 자녀를 독서논술학원에 넣기가 어려워서 학원보다 10~15만원이 비싼 5~6명 팀별 지도 과외 선생을 수소문했더니 몇 달씩 대기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더랍니다.

  • 영어 유치원에 보낸 것을 후회한다는 어느 학부모,

  • "독서는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한 어머니 때문에 초등학교 때 성적을 올리기 위해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를 한 어느 중학생,

  • 3~4년 전만 해도 수학과 영어가 강세여서 교과와 직접 관련이 없는 논술과 글쓰기는 슬그머니 '놓는' 학부모가 많았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경향을 전하는 『대치동 학원 사용 설명서』의 저자 이야기 등 관련 사례가 더 소개되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 "초등학교 고학년 때 독서와 글짓기 기초를 다지지 않으면 중·고등학교에서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는다.

  • 영어, 수학에 밀렸던 언어·독해력이 교육 키워드로 자리 잡은 이유는, '어휘' '독해력'이 모든 공부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 단답형에 그쳤던 서술형 평가가 독해력과 표현력이 없으면 풀 수 없는 형태로 강화되고 수능에서 고도의 독해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되면서 독해력 교육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 독해능력은 단일 교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 수학, 사회 등 타 교과 성적에도 영향을 준다.

  • 통합교과 교육 강화로 수학, 과학 등에서도 지문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늘면서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수학 독해법'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 "엄마들 사이에서도 단순히 외워서 공부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치동 학원 사용 설명서』의 저자 정혜옥)

 

 

 

'유행은 돌고도는 것'이라는 말처럼 학원가에 다시 논술의 일진광풍(一陣狂風)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것인지, 학원가에서 직접적으로 "논술을 가르치겠다"고 하지는 않더라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각 대학에 예산 지원과 관련지우면서 대학입시에서 논술을 폐지하거나 그 비중을 줄이도록 하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으므로- 논술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독해력, 표현력으로 바람몰이를 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독해와 표현이 학습의 기본인 것은 틀림없는 일 아닙니까?

우리나라야 5개의 답지 중에서 맞는 것을 고르는 객관식이 판을 치는 시험을 치르지만 세상에 이런 나라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고, 더구나 그 나라 교육이 선진국답다는 나라치고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여서 학교에서는 감히 독해나 표현 같은 걸 강조하는 공부를 강조할 수나 있겠나 싶지만, 독해 혹은 표현 교육 전문가에게 물어본다면 "우리가 아이들을 학교에 모아 놓고 교육을 하는 직접적인 목표가 사실은 독해와 표현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학문을 한다는 것은 읽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전문가들은 논리적으로 교육적으로 얼마든지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독해·표현력이 중시되고 있다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이나 전혀 흥분할 것도, 아니면 의아해 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며, 그렇다면 논술이나 글쓰기나 뭐나 본래 중요한 것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학부모 중에서 "뭐가 그러냐?" "그럼 본래부터 중요한 것은 도대체 무엇무엇이냐?"고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학부모는 제발 학원에 가서 묻지 말고 바로 학교에 가서 어느 선생님이나 붙잡고 "본래부터 중요한 것이 도대체 무엇무엇인가?"를 물어보면 될 것입니다. 그 선생님들은 대학에서도 그것만 배웠고, 심지어 임용고사를 볼 때는 그런 것들을 달달 외웠기 때문에 자다가도 그걸 외울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본래부터 중요한 것이 있고, 그건 웬만해서는 변할 수 없고, 아무리 큰 힘을 가졌거나 돈이 많거나 해도 그런 걸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닌데도, 누군가가 그 힘을 이용해서 용의주도하게 "이번에는 이게 중요하다!" "다음에는 저게 중요해진다!"고 교육 수요자들을 속여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누굽니까? 바로 학부모들입니다. 선생님들은 웬만해서는 속지 않고, 누가 그런 소리를 해도 '저 사람이 저러는구나' 하고 생각만 할 뿐입니다. 아이들은 그런 학부모와 그런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면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지만 우리의 저 소중한 아이들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 사이에 우리의, 우리나라의 앞날이 암울해지거나 불투명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기사에 등장하는 학부모들이 영악스럽다는 느낌도 있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저렇게 해서 또 그 아이들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암울하지 않습니까?

 

독해는 물론 글쓰기 지도를 통한 표현력 신장은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에서도 가장 중시해야 할 학습영역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걸 무슨 유행처럼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입니다.

한 가지에 치우치면 다른 쪽이 허술해지는 건 당연하고, 공부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독해와 글쓰기에 치중하는 사이에 또 그 학생들의 영어와 수학은 어떻게 합니까?

 

대한민국 교육은 이러다가 말 것 같습니다. 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기본으로 돌아가게 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늦긴 하지만 우리도 어디에 논술학원을 하나 차리거나 독해·표현능력을 길러주겠다는 간판을 걸고 아이들이나 모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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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01112.12. D13.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 chjo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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