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충약1 언년이의 죽음 언년이가 죽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어보기도 그렇고 찾아가 볼 용기도 없지만 미심쩍은 점이 없지 않았다. 언년이를 괴롭혀오던 거시는 며칠 전 모조리 축출되었는데도 언년이가 죽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언년이네 아버지가 주변 사람들 말에 따라 작심하고 장날 그 핑크빛 회충약 1인분을 사다 먹였고, 언년이는 음식물 찌꺼기는 눈 닦고 봐도 보이지 않는, 순전히 하얀 거시만 소복하게 세 무더기나 쏟아냈다고 했다. 언년이가 쏟아냈다는 거시 세 무더기를 내가 직접 보았던가? 본 것 같다. 거시 무리가 서로 속으로 들어가려고 우글거리는 모습, 착하게 살아가는 척 위선을 떨다가 지옥 바닥에 떨어진 인간들이 벌거벗고 우글거리듯 혹은 수십 마리 뱀이 뒤엉켜 축구 공보다 더 크고 둥근 덩어리를 이룬 채 잠시도 .. 2020. 6.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