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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화씨 4513

"사람들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아요." "무슨! 사람들이 왜 얘기를 안 해?" "아니에요.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자동차며 옷들이며 수영장 얘기밖엔 안 해요. 그런 것들이 뭐는 얼마나 멋있냐는 둥 그런 얘기뿐이죠. 누구든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아요.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카페에서도 모여 앉았다 하면 그저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깔깔거리기 일쑤죠. 똑같은 우스갯소리들만 하고 하고 또 해요. 음악회라고 가 보면 현란한 조명들이 온 사방을 어지럽게 누비더군요. 보기엔 멋있고 즐겁지만 그것뿐이죠. 공허하고 추상적일 뿐. 박물관은 또, 가 본 적이 있으세요? 거기도 전부 다 추상적인 물건들뿐이에요. 지금 있는 것들은 다 그래요. (......)" 소설 《화씨 451》(레이 브래드버리)에서 소녀 클라리세 매클린이 방화수 .. 2023. 12. 8.
죽을 때 남기는 것 "사람들은 죽을 때 뭔가를 남긴단다. 아이나 책, 그림, 집, 벽이나 신발 한 켤레, 또는 잘 가꾼 정원 같은 것을 말이야. 네 손으로 네 방식대로 뭔가를 만졌다면, 죽어서 네 영혼은 어디론가 가지만 사람들이 네가 심고 가꾼 나무나 꽃을 볼 때 너는 거기 있는 거란다.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네 손이 닿기 전의 모습에서 네 손으로 네가 좋아하는 식대로 바꾸면 되는 거란다. 그저 잔디를 깎는 사람과 정원을 가꾸는 사람과의 차이란 바로 매만지는 데 있지. 잔디를 깎는 사람의 마음은 전혀 정원에 있지 않지만 정원을 가꾸는 사람은 언제나 그곳에 있단다." 소설 《화씨 451》(레이 브래드버리)에서 '책사람(book person)' 그레인저가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러므로 의식할 필요가 없.. 2023. 11. 7.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박상준 옮김, 황금가지 2009 세속적이고 통속적인 정보만 중요하게 취급되는 축약의 세상, 벽면 TV가 즉각적·말초적 결론을 내려주는 세상, 빠른 속도의 문화에 중독된 사람들이 쾌락만을 추구하는 세상(가까운 미래)... 독서는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하므로 책을 소지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가이 몬태그는 그 세상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불태우는 직업을 가진 방화수(fireman)다. 자신이 하는 일에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그는, 세상의 모든 것에 생동감 넘치는 호기심을 가진 옆집 소녀 클라리세 매클린을 만나게 되면서("아저씬 행복하세요?") 자신의 삶이 비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소녀 클라리세가 실종되면서 자신의 깨달음에 따른 생각을 실행하게 된다. 파버 교수의.. 2023.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