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행정실장3

교장실 출입문 나는 행정실을 통해 교장실을 출입하도록 해놓는데 대해 일단 '권위적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장이 되었을 때, 교장실 출입문부터 개방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예 문을 조금 열어두어 지나가는 교직원이나 아이들이 '아, 교장이 저기 앉아 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실장에게는 '강력한' 부탁을 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기업체에서 온 사람이 교장실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들어오면 그 이유를 실장님께 묻겠습니다." 심지어 이 학교에 와서는 행정실장에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저는 교장은 기업체에서 오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정실장이 시시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교장이 그런 일까지 하는, 그런 직위는 아니기도 합.. 2009. 12. 25.
이상한 교장할아버지 지난봄 어느 날 교장선생님과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2학년 정도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지나가다가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교장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웃음이 나면서도 당황스럽기도 했다. 언짢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의아하기도 했고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 우리 교장선생님은 ‘이상한’ 교장할아버지다. 근엄한 교장이 아니라 한없이 편안한 시골할아버지다. 아이들 교과서 뒷장에 나오는 편찬·심의위원이기도 한 우리 교장선생님은 오늘도 한국교원대학교에 교장자격연수 강의를 하러 갔다. 한 달에 두세 번 교장, 교감, 전문직 자격연수나 직무연수에 강의를 다닌다. 그러나 1년 가까이 함께 지내면서 이런 대외적 지위나 평판보다 더 커다란 것을 보고 느끼면.. 2009. 11. 10.
샌디에이고에서 온 편지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온 편지를 소개합니다. 보낸 사람이 짐작될 만한 부분은 잘라냈습니다. 샌디에이고, 그곳은 미국 서부의 최남단입니다. 캐나다 서부 남단인 밴쿠버에도 아는 사람이 가 있습니다. 서부 최남단이면 태평양이 보이는 곳이어서 바다 건너면 바로 거기지만 그야말로 멀고 먼 곳입니다. 이런 곳도 있구나,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그렇게 살면서도 다 해결된다면 혹은 걱정이 없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 안병영 전 장관은 신문도 방송도 들어갈 수 없는 고성 골짜기로 들어갔구나 싶었습니다. 늙기 전에 달빛도 있고 별빛도 있는 들꽃도 있고 생각을 날아다주는 바람도 부는 그런 곳에 가 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삭막하게 지내야 더 편리한, 날카롭게 생각해야 .. 2009.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