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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해학2

"목목문왕(穆穆文王)이여" 음담패설을 유난히 밝히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여겨서 무모하게, 서슴없이 해버리기도 한다. 모처럼 남녀 동기회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퇴임들을 했기 때문에 참석자가 많았다. 1박 2일간의 프로그램을 끝내고 점심식사도 거의 끝나서 곧 헤어질 시간이었고, 다음에는 또 언제 이 얼굴들을 볼 수 있을지 숙연하여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학교 다닐 땐 말도 없이 겨우 얼굴을 들고 다니던 사람이 큰 소리로 음담패설을 해버렸다. 모두들 껄껄 웃었고 여성들도 그렇게 웃거나 두어 명은 소리없는 미소를 지었다. 개그나 해학이 아니었다. 저속하기 짝이 없어서 이후 그 음담패설이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40여 년 만에 처음 만났지만 아마 교직생활을 하는 내내 그의 행동은 저속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2024. 2. 25.
김원길 편저 《안동의 해학》 김원길 편저 《안동의 해학》 지례예술촌 2012 해와 달 선비 한 사람이 해질녘에 어느 시골 동네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떠꺼머리총각 둘이 신작로 복판에서 왁자지껄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선비가 가까이 가자 "자, 그럼 우리 저 사람한테 물어보자." 하는 것이다. "보래요, 우리가 내기를 했는데요. 저기 저 하늘에 떠 있는 게 해이껴, 달이껴?" 서녘 하늘엔 둥근 해가 지고 있었는데 유난히 크고 벌개서 달 비슷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보름달이 서쪽에서 뜰 리가 없지 않은가! 순간 장난기가 동한 이 선비는 두 총각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왈, "글쎄, 나는 이 동네에 안 살아 봐서 잘 모르겠네." '숙맥열전(菽麥列傳)' 중 한 편이다. 이런 이야기 109편이 안동을 위한 변명, 숙맥열전, 개화백태, 안동 그 낯선 .. 2024.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