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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해리 클리프3

'과학자들이란 참...' 가모프와 앨퍼의 이론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 전에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공간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그 내부는 엄청나게 뜨거운 중성자 기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작은 공간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고, 부피가 커질수록 온도가 내려가면서 중성자들이 서로 충돌─융합하여 수소를 비롯한 원자들이 만들어졌다.그러나 이 가설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자연에는 질량이 5인 원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질량이 4인 헬륨에 도달하며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헬륨에 또 다른 중성자를 추가하면(질량=5) 원자핵이 매우 불안정해져서, 약 10억×1조분의 1초 만에 분해된다. 또 하나의 중성자가 침투하여 질량=6인 원소로 변신하기에.. 2024. 12. 11.
책의 힘, 교사의 힘 책 읽는 일이 주된 일과가 되었지만, 나 자신에 관해서는 '책을 쓰면 뭘 해' 생각합니다. 전에, 젊은 시절에 아이들 보라고 낸 책 중에는 히트를 친 것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런 책은 원고를 '매절'로 넘겼거나 공저자가 여럿이어서 몇 푼 받지도 못한 경우였습니다. 책 써서 재미를 못 봤다는 얘기입니다. 교사로서 살았지만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괜히 부추겨서 이름 없는 화가를 만든 경우 등은 가슴 아픈 일이었고, 홉스 봄의 지적대로 잘하는 아이는 그냥 두어도 잘한다 싶어서 자주 잘 못하는 아이에게 다가간 건 내가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새로 한다면 당연히 더 잘해보려고 하겠지만 굳이 새로 하고 싶지는 않고, 한 번 더 살아보는 것 자체가 꿈도 꾸기 .. 2024. 9. 26.
해리 클리프 《다정한 물리학》 해리 클리프 《다정한 물리학》How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박병철 옮김, 다산사이언스 2022       소립자를 연구하는 분야, 즉 입자물리학의 역사를 "무(無)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한 책이다.이론물리학과 실험물리학을 넘나들며 그동안 이론물리학은 상상의 골짜기를 따라 무한으로 치닫고 있지만 실험물리학은 그 이론(상상)을 실험으로 증명해 내야 하므로 두 분야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아인슈타인과 칼 세이건 등 탁월한 과학자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라성 같은 학자들의 눈물겨운 혹은 감동적인 '무용담'을 감상하면서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삼국지"나 "수호지"에 등장하는 무수한 영웅·.. 2024.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