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2 《한 명》(抄) Ⅱ 김숨 『한 명』(抄) Ⅱ 『현대문학』 장편연재소설 어슴푸레한 새벽 그녀는 홀로 깨어 있다. 자신 앞에 누군가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입을 뗀다. "첨에 갈 적에4)……." "첨에…… 내가 만주까지 어떻게 끌려갔느냐 하면……." "만주 얘기 난 누구한테 안 해. 창피해서5)…… 동기간들한테도.. 2016. 8. 9. 김숨 『한 명』(抄) 김숨 『한 명』(抄) 『현대문학』 장편연재소설 소녀상(2012.9.26) 투명한 유리잔 속 우유를 그녀가 바라보기만 하자 옷수선가게 여자가 마시라고 재촉한다. "우유를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우유를 보면 남자 정액 생각이 나서³⁰⁾라고 차마 말할 수 없어 그녀는 그렇게 둘러댄다. 정액을 삼키라고 했지.³¹⁾ 나이가 지긋한 장교였다. 술에 잔뜩 취해 방으로 들어와서는 송진처럼 달라붙었다. 그녀가 발로 차면서 거부하자 군복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더니 다다미에 꽂았다. 다다미에는 단도로 찍은 칼자국이 누렇게 시들어 떨어진 솔잎처럼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소녀들은 일본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권총으로 아래를 쏘기도 했으니까. 권총 방아쇠를 당길 때 그들은 총구멍이 겨누는 곳.. 2016. 5. 7. 이전 1 다음